콘텐츠 3줄 요약
리더의 하루는 상향, 하향, 수평, 대외, 내적 협상의 연속입니다.
협상은 상대를 이기는 기술이 아니라, 입장 뒤에 숨은 이해관계를 찾아 접점을 만드는 과정입니다.
경청과 질문, 감정 조절, 리프레이밍, 대안 설계, 신뢰 구축. 이 다섯 가지 리더십 역량은 일상의 작은 습관으로 단련됩니다.
왜 리더는 양쪽 모두에게 원망을 듣게 될까요?
중간에서 최선을 다했는데도 원망이 돌아오는 이유는, 양쪽의 말을 전달하기만 했을 뿐 접점을 설계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한 스타트업의 개발 팀장 A는 최근 곤란한 상황에 놓였습니다. 회사는 경쟁사보다 먼저 시장에 진입해야 한다며 신규 서비스 출시일을 한 달 앞당기라고 하고, 팀원들은 "이 일정으로는 품질을 보장할 수 없다"며 반대했습니다. A팀장은 양쪽 모두의 말이 맞다는 걸 알고 있었습니다. 문제는 그다음이죠. 경영진 앞에서는 팀원을 대변하고 팀원 앞에서는 회사 입장을 설명하면서도, 어느 쪽에도 속 시원한 답을 내놓지 못한 채 "일단 해 봅시다"로 회의를 마무리할 뿐이었습니다.
결과는 예상대로였습니다. 일정은 지켜지지 않았고, 출시 직후에는 크고 작은 오류가 이어졌으며, 팀원의 신뢰도 경영진의 신뢰도 함께 흔들렸습니다. A팀장에게 남은 것은 '중간에서 최선을 다했는데 왜 양쪽 모두에게 원망을 듣는 걸까' 하는 무력감뿐이었습니다.
이 장면은 중간관리자인 팀장들에게 낯설지 않을 것입니다. 예산 배분을 두고 부서 간 신경전이 벌어질 때, 인사 평가 결과에 팀원이 이의를 제기할 때, 협력사와 계약 조건을 조율할 때, 서로 다른 세대의 팀원과 일하는 방식으로 부딪힐 때. 리더는 매번 상반된 요구 사이에 서게 됩니다.
그런데 많은 리더가 이 순간을 '협상'이 아니라 '갈등 관리'나 '눈치껏 조율'의 문제로 받아들입니다. 그래서 준비 없이 감에 의존하거나 분위기에 따라 대응하다가, 어느 한쪽의 신뢰를 잃거나 문제를 뒤로 미루거나 일단 무마하는 쪽을 선택하게 됩니다. 코칭 현장에서 만나는 리더들도 "협상은 영업이나 구매 부서가 하는 일 아닌가요?"라고 되묻곤 합니다. 하지만 리더의 하루를 들여다보면 회의와 보고, 면담과 조율의 상당 부분이 사실은 협상의 연속입니다.
리더에게 협상력이 왜 필요한가요?
리더의 협상력은 서로 다른 입장을 가진 사람들 사이에서 각자가 진짜 원하는 것을 파악하고, 양쪽이 받아들일 수 있는 접점을 설계해 합의에 이르게 하는 능력입니다.
리더의 본질적인 역할은 두 가지로 요약됩니다. 하나는 조직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리딩'이고, 다른 하나는 서로 다른 입장과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들을 이어주는 '연결'입니다. 그런데 이 두 역할 모두 결국 사람과 사람, 입장과 입장 사이의 차이를 조율하는 과정을 필요로 합니다. 방향을 제시한다는 것은 구성원들의 서로 다른 생각을 하나의 방향으로 정렬시키는 일이고, 연결한다는 것은 상충하는 이해관계 속에서 접점을 찾아내는 일입니다. 협상은 이 둘의 본질과 정확히 겹칩니다.
그래서 협상력은 대외 계약을 담당하는 특정 직무자만의 역량이 아니라, 리딩과 연결이라는 리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한 기본 리더십 역량으로 봐야 합니다. 협상력이 부족한 리더는 갈등 앞에서 회피하거나, 일방적으로 지시하거나, 조율을 미루는 방식으로 반응하기 쉽습니다. 단기적으로는 편해 보이지만 장기적으로 조직의 신뢰와 실행력을 갉아먹습니다. 반대로 협상력을 갖춘 리더는 갈등을 드러내고 다루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서로 다른 의견이 테이블 위에 올라와야 더 나은 해법이 나온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리더가 마주하는 협상의 순간은 어떤 것들인가요?
리더의 협상은 상향, 하향, 수평, 대외, 내적이라는 다섯 방향으로 일어납니다. 생각보다 다양하고, 생각보다 일상적입니다.
특히 하향 협상에서 가장 어려운 장면은 평가 결과를 전달하는 순간입니다. 저평가자에게 결과를 통보하는 자리가 매년 반복되는 갈등이 된다면, 그것은 대화 기술의 문제라기보다 제도 설계의 문제일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은 성과관리시스템 설계 글에서 자세히 다뤘습니다.
이 상황들의 공통점은 정답이 정해져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리더는 매번 "누가 옳은가"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서로가 받아들일 수 있는 접점을 만들 것인가"를 다뤄야 합니다.
협상을 보는 관점을 어떻게 바꿔야 하나요?
'입장(position)'이 아니라 그 뒤의 '이해관계(interest)'를 보는 것, 이것이 관점 전환의 핵심입니다.
많은 사람이 협상을 '누가 더 많이 얻어내는가'의 문제, 즉 승패가 갈리는 대결로 여깁니다. 이런 관점으로는 리더가 마주하는 상황을 제대로 풀어낼 수 없습니다. 팀원과의 협상에서 리더가 '이기면', 팀원은 다음 협상에서 마음의 문을 닫게 되니까요.
입장만 보면 둘은 정면으로 충돌하지만, 이해관계를 보면 양쪽을 함께 충족할 선택지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즉 '경영진 대 팀원'이라는 대결 구도 대신 '우리 모두가 원하는 성공적인 출시'라는 공동의 목표를 중심에 놓고, 일정과 품질과 자원이라는 서로 다른 변수를 함께 조정하는 문제로 재정의할 수 있습니다.
협상은 상대를 이기는 기술이 아니라, 서로 다른 입장 뒤에 숨은 진짜 욕구(needs)를 발견하고 그것을 함께 충족시킬 방법을 찾아가는 과정입니다. 이 관점의 전환이 있어야 비로소 리더는 협상을 '피해야 할 불편한 순간'이 아니라 '리더십을 발휘할 기회'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협상을 위해 리더에게 필요한 역량은 무엇인가요?
관점을 실제 행동으로 옮기려면 다섯 가지 역량이 필요합니다.
첫째, 경청과 질문의 역량.
상대의 주장 이면에 있는 진짜 관심사를 파악하려면, 말하기보다 먼저 정확히 듣고 제대로 질문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 일정이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인가요?", "어떤 조건이 갖춰지면 가능하다고 보시나요?" 같은 질문은 막혀 있던 대화의 물꼬를 틉니다. 대화를 여는 질문을 더 구체적으로 보고 싶다면 어려운 대화를 나누는 3가지 Key가 도움이 됩니다.
둘째, 감정 조절 역량.
협상은 감정이 개입되는 순간 쉽게 대결로 변하고, 이성적 판단도 어려워집니다. 자신의 감정을 인식하고 다스리며, 상대의 감정도 세심하게 알아차릴 수 있어야 합니다. 감정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것이 핵심입니다.
셋째, 관점 전환(리프레이밍) 역량.
대립하는 것처럼 보이는 상황을 공동의 문제로 재구성하는 사고의 유연함이 필요합니다. "누구 말이 맞는가"를 "우리가 함께 풀어야 할 문제는 무엇인가"로 바꾸는 한 문장이 대화의 흐름을 바꿉니다.
넷째, 대안 설계 역량.
하나의 정답만 고집하지 않고, 서로 다른 욕구를 동시에 충족할 여러 옵션을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합니다. 선택지가 많아질수록 양쪽 모두 체면을 지키며 합의에 이를 가능성도 커집니다.
다섯째, 신뢰 구축 역량.
결국 협상은 관계 위에서 이루어집니다. 평소에 쌓아온 신뢰가 협상 테이블에서의 유연함을 결정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협상력은 어떻게 기를 수 있나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는 않지만, 일상의 작은 훈련으로 꾸준히 쌓아갈 수 있습니다.
하루 한 번, 반대 입장에서 생각해보기: 오늘 만난 상대의 입장에서 상황을 다시 정리해보는 짧은 메모 습관
결론 내기 전에 질문 던지기: 바로 판단하지 않고 "왜 그렇게 생각하세요?" 같은 열린 질문을 먼저 던지는 연습
감정 온도 체크: 대화 도중 자신의 감정이 격해지는 순간을 알아차리고 잠시 멈추는 훈련 (세 번의 깊은 호흡, 6초 기다리기)
대안 2개 이상 만들어보기: 의사결정을 내릴 때 최소 두 가지 이상의 옵션을 떠올려보는 습관
작은 신뢰 저축하기: 사소한 약속도 지키고, 먼저 인정하고 감사를 표현하는 행동을 쌓아가는 것
협상력은 특별한 상황에서만 발휘되는 능력이 아니라, 리더가 매일 마주하는 크고 작은 의사결정과 관계 속에서 조금씩 단련되는 근육입니다. 오늘 구성원, 유관 부서와 나눈 대화 하나하나가 다음 달 경영진과의 어려운 논의를 이끌어갈 리더의 협상력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질문 하나를 남깁니다. 이번 주, 당신이 미루고 있는 대화는 무엇인가요? 그 대화를 '이겨야 할 싸움'이 아니라 '함께 풀어야 할 문제'로 바라본다면, 어떤 질문으로 시작해볼 수 있을까요?
정혜경 | 리더십 코치
광고 기획자, 중견기업 CMO 로서 마케팅과 브랜드 전략, 커뮤니케이션 분야의 전문가로서 경력을 쌓아왔습니다.
현재 리더십 솔루션 스타트업 포티파이에서 리더십 코칭을 진행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