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임해도 결국 대표님 손을 거쳐야 끝나는 일이 많다면 어디부터 점검해야 할까요. 위임은 일의 실행과 결과에 대한 책임, 판단 권한의 일부를 다른 사람에게 맡기는 일입니다. 10월 14일 업피플 웨비나는 이 병목이 사람의 의지보다 조직 운영 방식에서 생긴다는 관점으로 두 세션을 열었습니다. 첫 세션은 삼성전자, 애플, 쿠팡을 거쳐 토스에서 50명 규모일 때 합류해 1,000명 조직의 Head of Staff까지 경험한 김유리 코치가, 두 번째 세션은 맥킨지와 커니에서 컨설팅을 하고, 지금은 업피플 CSO역할을 맡은 이종택 연사가 진행했습니다. QnA에는 사전 질문 9개와 실시간 질문 6개, 총 15개가 모였고 이 글에는 그중 13개를 담았습니다.
성장 단계마다 대표의 역할은 어떻게 달라지나
대표의 역할은 성장 단계마다 달라져야 합니다. 김유리 코치는 비즈니스 모델을 찾는 0 to 1, 빠르게 키우는 1 to 10, 성숙한 제품 위에서 운영 효율이 중요해지는 10 to 100으로 나눠 토스와 쿠팡, 애플 사례를 설명했습니다. 리더십은 직접 뛰는 사람에서 가르치는 사람으로, 다시 서로가 서로의 리더가 되게 하는 사람으로 바뀝니다.
위임해도 결정이 대표에게 몰리는 이유는
구성원들은 흔히 "우리 회사는 체계가 없어요"라고 말합니다. 이종택 연사는 이 한마디가 서로 다른 네 가지 문제를 뭉뚱그린다고 짚었습니다. 세션은 대표가 2주 휴가를 가면 어떤 일이 생기느냐는 라이브 투표로 시작했고, 연사는 자신이 만난 고객사의 60~70%가 삐걱대거나 카톡이 폭발하는 쪽이라고 말했습니다. 현장 응답에서는 회의는 많은데 결정은 대표가 하는 결정 병목형이 많았습니다.
대표들이 체계를 만들려고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무엇일까요?
2인자 영입, 조직 개편, OKR 같은 도구 도입이 가장 흔한 처방입니다. 연사는 세 가지 모두 우선순위 없이 시작하면 부작용이 커진다고 했고, 영입이나 개편 자체가 틀렸다는 뜻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도구 도입의 근거는 디지털 기술을 다룬 연구를 연사가 빗댄 것입니다.
3P 프레임워크란 무엇인가요?
3P 프레임워크는 조직을 우선순위(Priority), 사람(People), 진척(Progress) 세 가지 질문으로 진단하는 틀입니다. 8월 웨비나와 같은 축을 이번에는 대표에게 결정이 몰리는 병목에 적용했고, 지난 QnA는 이기는 조직의 동기부여와 위임 방법에서 볼 수 있습니다. 매출 200억 원은 목표일 뿐 전략이 아니라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리처드 루멜트의 『Good Strategy / Bad Strategy』(2011)는 목표를 전략으로 착각하는 것을 나쁜 전략의 대표 징후로 꼽습니다. 선행지표를 설계하는 방법은 사람을 움직이는 성과지표에서 더 볼 수 있습니다.
대표가 위임 전에 먼저 정해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방향성입니다. 우리가 언제까지 어떤 회사가 되고 싶은지는 대표만 정할 수 있어서 전략 책임자에게 맡긴다고 나오지 않습니다. 이 방향을 전사에 공개하기 전에 핵심 리더들과 먼저 정렬하면 우선순위와 지표가 따라 나오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헌신이 생깁니다. 순서 없이 대표가 물러나면 병목은 오히려 커집니다.
3P 프레임워크는 어떤 회사에게 필요한가
약 2,000억 원 규모의 소비재 기업은 5명에서 출발한 마을 같은 조직이 200명대의 도시가 되면서 누가 결정하고 누가 뒤집을 수 있는지가 흐려졌습니다. 두 최고경영진이 좋은 의도로 포장 디자인 변경이나 신규 시장 진출을 수시로 지시해 현장도 혼란을 겪었습니다. 업피플은 10년 뒤와 3년 뒤의 모습에서 거꾸로 이번 분기 우선순위를 정하고, 필요한 자리와 사람, 선행지표와 오너를 정했습니다. 리더들이 먼저 체감한 변화는 회의 시간 감소, 빠른 실행, 병목과 숨은 인재의 노출이었습니다.
🙋🏻♀️ 웨비나 QnA, 현장 질문 13가지
사전 질문과 실시간 질문 15개를 묶어 보면 위임의 기준과 절차가 5개, 리더와 팀원 사이의 간극이 4개, 평가와 약속이 3개, 방향과 자리 정렬이 3개였습니다. 아래는 그중 13개입니다.
위임, 무엇을 어디까지 맡겨야하나
Q. 무엇을 어떤 절차로 위임하고, 위임 후 책임은 어떻게 가져가야 하나요?
A. 업무 위임은 맡길 일과 맡기지 않을 일을 가르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조직의 우선순위와 이어지는 일인지 보고, 맞는 사람을 정한 뒤 어디까지가 성공인지 기대치를 전합니다. 맡기는 쪽은 신경 안 써도 된다고, 맡는 쪽은 막히면 수시로 물어야 한다고 생각해 기대치가 어긋나기 쉽습니다. 책임의 강도는 육성 목적인지 평가 대상인지에 따라 달리 둡니다.
Q. 어디까지 개입하고 어디부터 자율에 맡겨야 하나요? 수평 소통과 수직 추진은 어떻게 나눌까요?
A. 이 결정을 되돌릴 수 있는지, 실패를 허용할 시간 여유가 있는지 두 가지를 먼저 묻습니다. 하나라도 아니라면 개입하는 편이 맞고, 생존이 달린 초기일수록 그렇습니다. 방향을 정할 때는 수평으로 의견을 모으되 쌓은 신뢰에 따라 의견의 무게는 다릅니다. 의견이 갈리면 최종 의사결정자(DRI)가 결론을 내고, 그 뒤에는 모두가 헌신하는 수직 추진으로 갑니다.
Q. 위임과 회수를 반복하는 대표, HR은 무엇부터 진단하고 어떤 순서로 권한 위임 체계를 만들까요?
A. 대표가 왜 거둬들이는지부터 확인합니다. 가장 흔한 원인은 신뢰이니 그 신뢰를 쪼개 봅니다. 그 일을 아는지, 하고 싶은지, 할 여력이 있는지를 보고, 시켜 보지 않고 판단할 만큼 기회를 줬는지도 되물어야 합니다. 이 기준으로 HR이 체계를 만들 수 있지만 어디까지 맡길지는 결국 대표가 정합니다.
Q. 대표가 직접 맡던 영업조직을 외부 영입 임원에게 맡길 때 주의할 점은 무엇인가요?
A. 영입 후 3개월 안에 작은 성과를 내도록 돕는 것입니다. 강점이 살아나는 일을 작게 맡겨 성과가 쌓이면 조직의 신뢰와 본인의 효능감이 함께 생깁니다. 공동으로 세운 목표를 월 단위로 점검하고, 달성하면 수습을 통과하는 구조로 운영합니다.
리더와 팀원 사이의 간극은 어떻게 좁힐까요?
Q. 실무를 놓지 못하는 파트 리드가 가장 먼저 바꿔야 할 한 가지는 무엇인가요?
A. 내가 하는 게 더 빠르다는 생각을 버리는 것입니다. 쥐고 있을수록 구성원의 성장 기회가 막힙니다. 김유리 코치는 토스에서 사업을 맡았을 때 업무를 꽉 쥐고 있다가, 다른 일로 옮긴 뒤 남은 구성원들이 자신보다 훨씬 잘 해내는 것을 봤다고 했습니다. 팔로워십은 강점을 일관된 언행으로 보여줄 때 생기고, 약점을 감추지 않을수록 구성원이 그 빈틈을 채웁니다. 위임이 서툰 이유는 중간관리자에게 필요한 정서지능과 위임에서 이어서 볼 수 있습니다.
Q. 구체적으로 피드백하고 기준을 낮춰도 기본 가이드를 못 지켜 마감 직전까지 제가 붙들게 됩니다. 평가 외에 방법이 있을까요?
A. 먼저 피드백이 전달됐는지 확인합니다. '조금 아쉽다'처럼 돌려 말하면 듣는 쪽은 잘하고 있다고 받아들이기 쉽습니다. 구체적이고 단호하게, 이 기준을 못 맞추면 다음엔 일을 맡기기 어렵다는 점까지 전해야 합니다. 그다음은 평가를 보상과 잇는 일입니다. 연사는 기본 가이드 불이행이 권고사직 사유는 아니어도 연봉 동결이나 승진 보류의 신호로는 충분하다고 봤습니다.
Q. AI 시대 리더의 역할은 무엇이고, 팀원의 AI 활용 업무는 어떻게 검증하고 피드백하나요?
A. 리더의 역할은 문제를 정의해 주는 일입니다. 팀이 풀 문제를 쪼개 맡기고 기대치를 줍니다. 팀원이 AI로 만든 결과물을 가져오면 풀려던 문제가 해결되는지 본인이 검토하게 합니다. 연사는 더 극단적인 방법도 소개했습니다. 일부러 '믿고 쓸게요'라고 말해 보는 것입니다. 그 말에 다시 검수하는 팀원이면 괜찮고, 검토 없이 가져왔다면 업무를 맡기기 어렵다는 리트머스 테스트입니다.
평가와 약속이 지켜지지 않을 때는 어떻게 할까요?
Q. 성과 평가를 아무리 고민해도 서운해하는 사람이 생깁니다. 불만을 줄이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A. 서운함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 사람에게 기대하는 역량 수준이나 이번 기간의 성과 기대가 기간 초에 합의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평가 시즌에 몰아서 쓰면 지난 반기 전체가 아니라 최근 기억에 쏠리기 쉽습니다. 매주 피드백을 쌓고, 평가 기간 초에 역량과 성과 기대를 먼저 맞추는 것이 해법입니다. 구조 전체는 성과관리시스템 설계 포인트에서 볼 수 있습니다.
Q. KPI를 약속하고도 지키지 않는 팀이 늘고 있습니다. 조직문화가 걱정인데 무엇부터 해결할까요?
A. 대표와 리더의 책임부터 점검합니다. 약속이 깨졌는데 피드백 없이 넘어가면 저렇게 해도 문제없다는 인식이 전염병처럼 번집니다. 그 피드백이 평가와 연동되는지, 이렇게 일한다는 핵심가치가 세팅돼 있는지 확인하고, 목표가 도전적이되 손에 닿을 듯 말 듯한 수준인지도 봅니다.
Q. 지표를 책임질 오너가 필요하다고 하셨는데, 아무도 오너를 맡지 않으려 하면 어떻게 하나요?
A. 아무도 손을 들지 않는 이유부터 봅니다. 자리에 맞는 사람이 앉아 있지 않거나, 못 하면 책임을 지게 된다는 두려움이 클 수 있습니다. 지표가 분명해지면 잘하는 사람이 드러나 숨은 인재가 나오기도 합니다. 그렇게 일한 사람이 승진하고 보상받는 구조여야 하고, 한 사람이 성공 경험을 쌓으면 다음 사람도 따라옵니다.
조직의 방향과 자리는 어떻게 맞출까요?
Q. 탑팀 미팅을 하는 회사는 많지만 어떻게 해야 실제 얼라인먼트가 이뤄지나요? 토스의 비결은 무엇이었나요?
A. 김유리 코치는 토스가 1,000명 조직일 때 두 장치가 있었다고 했습니다. 하나는 주요 사업과 제품을 맡은 리더와 C레벨이 매월 하는 싱크로, 목표를 못 채웠다면 어떤 시도를 했고 왜 안 됐는지, 다음엔 무엇을 할지를 액션 아이템까지 짭니다. 다른 하나는 6개월마다 여는 얼라인먼트 위크로, 각 팀의 성공과 실패 경험이 팀 안에 묻히지 않고 전사의 학습이 되게 합니다. 박수는 수고했다는 이유가 아니라 유효한 학습을 꺼냈을 때 받았습니다.
Q. 알려 주신 방법대로 해도 실패하는 기업이 있습니다. 결국 리더의 차이일까요?
A. 그런 리더가 없는 게 아니라 아직 해 보지 않았거나 방법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는 답이었습니다. 조직 운영 방향성의 큰 틀은 대표만 정할 수 있습니다. 연사의 관찰로는 창업자는 대체로 발산형이라 이것도 저것도 하고 싶어 하므로, 곁에서 하지 않을 일을 정해 주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완벽한 창업자는 없으니 서로의 빈 곳을 메우는 리더들의 합이 육각형이 되도록 팀을 짜라는 설명이었습니다.
Q. 자리(Seat)를 설계하니 지금 구성원과 안 맞는 경우가 생깁니다.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A. 할 줄 아는 사람이 없다면 채용합니다. 사람은 있지만 기대에 못 미친다면 세 가지 길이 있습니다. 상위 리더가 임시로 겸직하거나, 맞는 사람을 찾아 채용을 병행하거나, 지금 구성원에게 반기 정도 기회를 주는 것입니다. 겸직은 오래 가면 건강하지 않습니다. 기회를 줄 때는 기대하는 바와 우려하는 점, 해소되면 6개월 뒤에도 그 자리를 맡는다는 조건을 분명히 말해야 합니다.
오늘 다 담지 못한 이야기는 어떻게 이어갈 수 있을까요?
15개 질문을 관통한 메시지는 하나였습니다. 결정이 대표에게 몰리는 것은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우선순위, 사람, 진척 중 어딘가가 비어 있다는 신호입니다. 우리 조직은 어느 축이 비어 있는지 3P 프레임워크로 먼저 점검해 보세요. 비어 있는 곳과 순서는 조직마다 달라서, 업피플은 3P 조직 진단과 코칭으로 그 고민을 함께 풀어 갑니다. 다음 웨비나 소식이 궁금하다면 상단의 ‘뉴스레터 구독’을 신청하세요. 가장 먼저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