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매니징에서 벗어나는 위임의 힘

마이크로매니징에 빠진 리더가 위임의 타이밍을 찾아 리더십 변화를 이룬 실제 사례. 놓는 것이 두려웠던 리더가 어떻게 위임을 통해 더 큰 임팩트를 만들었는지, 그 과정과 전략을 공유한다. 조직과 리더 모두의 성장을 위한 실질적인 위임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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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y 07, 2025
마이크로매니징에서 벗어나는 위임의 힘

마이크로매니징에 빠진 리더의 고백

Product Owner로서 토스 신용조회 제품을 성공시킨 뒤, 나는 이 팀의 누구보다 제품에 대해 가장 잘 안다고 생각했다. 내가 기획했고, 내가 고객과 대화했고, 내가 지켜낸 지표들이었다. 그래서일까? 함께 일하는 Product Owner들의 전략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나는 한 문장 한 문장에 빨간펜을 들이밀었다. 더 잘 할 수 있다는 확신과, 내가 해왔던 방식이 정답이라는 믿음. 그렇게 나는 점점 팀의 천장이자 벽이 되어가고 있었다.이런 상황은 마치 정원사가 식물이 자라는 속도가 마음에 들지 않아 직접 꽃잎을 한 장 한 장 펴는 것과 같았다. 당장은 예쁜 꽃을 볼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 식물은 결코 스스로 성장하지 못한다.

마이크로매니징을 하는 리더와 위축된 팀원

리더십 변화의 시작점, 불편한 제안

그런 나에게 대표가 제안했다.

"이제 유리님의 제품은 사람입니다."

Product Owner에서 Head of UX로 역할 전환을 해달라는 말이었다. 낯설고 어색했다. 나는 디자이너가 아니었고, 나의 제품을 놓는다는 건 아깝고 두려운 일이었다. 그때 내 마음속을 채운 감정은 불안이었다. 놓는다는 건 실패 같았고, 나는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고 느꼈다. 제품에서 사람으로 초점을 옮기는 것은 익숙한 땅에서 낯선 바다로 뛰어드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이 불편함이 리더십 변화의 시작점이 될 줄은 그때는 몰랐다.

위임 실패에서 배운 교훈

그럼에도 나는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디자이너들과의 첫 만남에서 내가 하던 방식대로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 디자인 결과물을 하나하나 짚으며, 'Simplicity(단순함)'라는 제품 원칙을 들이밀며 피드백을 시작했다. 틀린 말은 없었다.
하지만 정답이 팀을 움직이지는 않았다. 디자이너들은 조용했고, 나는 이상하리만큼 점점 외로워졌다. 그제야 나는 멈춰 섰다. 왜 이런 결과물이 나왔을까? 디자이너들과 1:1을 하며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제품 원칙을 모르는 게 아니었다. 그들은 알고 있었지만, 그들의 목소리는 우선순위에서 밀려 있었고, 고객 중심의 디자인은 비즈니스 지표에 묻혀버리고 있었다. 그들의 말은 더듬거렸지만 정확했다. 문제를 알고 있었고, 해결책도 가지고 있었다. 다만, 그 누구도 그들을 진짜 믿고 맡긴 적이 없었다.

고객 중심 디자인을 논의하는 1on1 상황

위임의 전환점, 세 컷의 만화가 전한 메시지

신뢰가 천천히 자라나던 그 시기, 나는 디자이너들이 가진 가능성을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다. 그래서 전사 타운홀에서 삐뚤빼뚤 손으로 그린 세 컷의 만화를 꺼냈다.

  • 새가 새장에서 울고 있다. 새장 밖에서는 누군가 고개를 들이밀며 고함을 치고 있다.

  • 한 손이 새장을 열어준다. 새는 어리둥절해한다.

  • 새는 눈물을 거두고 자유롭게 하늘을 날고 있다.

디자이너들은 바로 그 새였다. 나는 그들의 새장을 열어주는 손이고 싶었다. 그 발표 이후, 나는 비로소 알게 되었다. 내가 해야 할 일은 감시가 아니라 지지였고, 지적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믿고, 그들의 가능성을 듣는 일이었다는 것을.

팀 신뢰와 위임을 상징하는 발표 장면

전략적 위임, 누구에게 먼저 위임할 것인가?

하지만 디자이너가 10명 이상 되는 상황에서, 모두의 러닝메이트가 되어주는 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했다. 그래서 나는 기준을 세웠다. ‘누구에게 먼저 위임할 것인가?’ 전략적인 선택이 필요했다.

✅ 가장 역량과 잠재력이 높은 디자이너

이미 동료들에게 깊은 신뢰와 존경을 받는 몇몇 디자이너들이 눈에 띄었다. 나의 판단에 확신을 갖기 위해 1:1 면담에서 "당신을 제외하고, 가장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디자이너는 누구인가요?"라는 질문을 던졌고, 반복적으로 언급된 2~3명이 자연스럽게 리스트에 올랐다.

✅ 가장 중요한 제품을 담당하고 있는 디자이너

당시 토스 앱의 주요 탭을 맡고 있거나, 고객 경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핵심 영역을 맡은 디자이너들이 존재했다. 나는 토스 앱 전체의 UX 품질에 파급력을 줄 수 있는 이들을 우선순위로 두었다.

✅ 리더인 나와 문제 의식과 가치관을 공유하는 디자이너

비록 나는 디자이너 출신이 아니었지만, Product Owner로서 고객 중심, Simplicity 같은 핵심 원칙을 누구보다 절실히 경험해왔다. 이런 가치에 공감하고, 나의 의도를 오해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디자이너들과 우선적으로 신뢰 관계를 쌓는 것이 더 빠르게 목표에 달성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위임 효과의 확산, 나팔수 전략

이렇게 선정된 2~3명의 디자이너를 중심으로 나는 우선적으로 러닝 메이트가 되어주었다. 물론 팀 안에서는 "왜 유리님은 잘하는 소수의 사람만 챙기느냐"는 볼멘소리도 있었다. 하지만 그땐 모두를 도울 수 있는 여력이 없었다. 내가 선택한 전략은 소수의 '나팔수'에게 전적으로 위임하고, 그들이 나머지 디자이너들의 러닝 메이트가 되어주도록 판을 짜는 것이었다.

위임 전략을 수립하는 리더의 모습

실제로 이 전략은 효과를 냈다.
제품 원칙에 기반한 사용자 경험 리뷰도 내가 주도하기보다는 이들이 중심이 되었고, 전문가 집단 내 더욱 활발해진 상호 피드백을 통해 디자인 팀의 전반적인 역량과 리더십이 함께 성장했다. 나팔수들은 나에게 디자이너들이 일하기 좋은 환경에 대해 바텀업으로 피드백을 주었고, 나는 그 의견을 바탕으로 팀 외부의 이해관계자와 협의하며 사용자 중심의 제품을 만들 수 있는 환경 정비에 집중할 수 있었다. 그렇게 변화는 확산되었다.그리고 약 1년 후, 모두의 희망처럼 디자이너 출신 의 Head of UX가 탄생할 수 있었고, 나는 확장된 리더십 경험을 가지고 더 큰 임팩트를 만들기 위해 초기 토스증권 팀빌딩을 위해 떠날 수 있었다.

마이크로매니징을 놓을수록 커지는 임팩트

나는 이제 알고 있다. 놓는다는 건 잃는 게 아니다. 내가 가진 것이 전부라고 믿었을 때, 나는 나와 팀 전체의 가능성을 한정지었다. 하지만 한 번 놓아보니, 더 큰 일이 보였고 더 넓은 영향력을 가진 리더가 되었다. 마이크로매니징에서 벗어나 위임의 타이밍을 찾는 것은 리더십 변화의 핵심이다. 처음엔 디자이너들에게, 그 다음엔 나 스스로에게, 그리고 이제는 또 다른 리더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

위임하면 더 큰 임팩트를 만들 수 있습니다!”


김유리 업피플 리더십 코치

  • 토스, 쿠팡, 애플, 삼성전자, SK텔레콤, 티맵모빌리티 등에서 제품 개발과 조직 리더십을 경험했고, 베이스벤처스에서 스타트업의 성장을 돕는 어드바이저로 활동했습니다.

  • 현재는 포티파이에서 업피플 리더십 코치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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