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의 효용감, 팀원 성장에서 찾는 진짜 보람

첫 리더 경험에서 발견한 효용감의 진짜 의미. 개인 성과를 넘어 팀원의 성장을 이끌 때 느끼는 리더십의 보람. 실전 경험담과 함께 리더로서의 즐거움과 성장을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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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t 09, 2025
리더의 효용감, 팀원 성장에서 찾는 진짜 보람

나의 첫 리더 경험: 책임감과 효용감 그 사이 어딘가

육아휴직을 마치고 복직하자마자 인수실사(due diligence) 프로젝트에 스태핑 되었다. 당시 허리급 실무자로 팀에 투입되었는데, 프로젝트의 일정은 촉박했고, 워킹아워가 매주 100시간에 육박할 만큼 압박이 높았던 프로젝트였다.

나도 복직을 하고 다시 감을 찾기 바쁜 중이었다. 사실 3개월을 쉬고 돌아오면서 '다시 할 수 있을까..'라고 했지만 2시간 만에 거짓말 같이 장표를 찍는 내 자신을 보며 나도 당황했다. 그런 상황에서 당시 팀장님이 나에게 "팀원 한 명을 '같이 봐달라'"라고 요청하셨다. 다시 말해, 그 팀원의 결과물이 잘 나올 수 있도록 가이드와 관리를 해달라는 의미였다.

사실 당시에는 '나도 당장 할일이 많은데 어쩌지'라는 생각이 앞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팀장을 포함한 모든 팀원들이 200% 캐파시티로 일하는걸 보며 조금 더 경험이 많은 내가 소위 말해 '좀 더 마도를 쥐고 가겠다'라는 생각으로 알겠다고 하였다.

해당 팀원은 입사한지 약 8개월 정도 된 주니어였고, due diligence 주제로 프로젝트는 처음이었다. 당연히 헤맬수 밖에 없었다. 풀어야 할 문제가 굉장히 명확하고 뾰족한 대신 어려웠고, 고객사의 다양한 질문에 모두 답변할수 있는 준비가 되어야 했으며, 가설을 검증하는 과정에서 제발 우리의 가설들이 맞기를 (과장 조금 보태서) 정한수 떠놓고 기도했다. 아직도, 새벽 2시에 우리 가설과 맞아떨어지는 결과를 확인하고 팀원들과 소리지르며 얼싸안았던 순간이 기억난다.

리더의 어려움
사람들이 가장 잠이 깊이드는 정신이 나가는 새벽 3시쯤이었나. 머릿속 만큼이나 난장판이 된 팀룸에서.

새벽 3시, 난장판이 된 팀룸에서

사람들이 가장 정신이 나가는 새벽 3시쯤이었나. 머릿속 만큼이나 난장판이 된 팀룸에서 일하고 있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프로젝트 특성상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연락오는 고객사의 문의, 팀원의 역량 수준에 대한 가시성 부족, 그리고 무엇보다 부족한 내 역량과 그에 걸맞지 않은 나름의 책임감 사이의 간극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스트레스가 쌓이고 화가 나기도 했다.

심지어 해당 팀원에게 감정을 누르고 피드백을 준 후 돌아서면서 짜증나는 표정이 얼굴에 나오는데 다른 팀원이 그걸 포착하는 부끄러운 순간도 있었다.

해당 팀원은 초반에 여러 실수나 허둥댐을 보였지만, 이 친구가 '할수 있는' 영역을 붙어서 하면서 '할수 있네'라는 자신감을 주는것이 본능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돌이켜보면, 나도 열심히 하고는 있는데 혼나기만 하는것과, 열심히 해서 조금이라도 뭔가 나왔을때 인정해주는 리더가 훨씬 더 기억에 남고, 더 신이나서 일하게 되었던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본인은 느꼈을지 모르겠지만, 해당 팀원이 이런저런 일들을 조금씩 가져가기 시작하면서 나도 중요한 일들에 집중할수 있었고, 가끔은 내가 보지 못하는 영역들도 짚어내면서 팀으로서 문제에 대한 탁월한 솔루션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을 체감했다.

그 팀원 스스로가 프로젝트 과정에서 나와 일하며 스스로 얼마나 턴어라운드 했다고 느꼈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내가 보았을때는, 적어도 다음 유사한 경험을 할때는 더 자신있게 할수 있겠다, 라는 성장이 느껴졌고 실제로 그렇게 피드백도 주었다. 그 프로젝트는 당연히 잘 끝났다.

초임 팀장 리더십
고생많았던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며. 이 사진을 찍고 집에가면서 전송했는데 시간이 참…

그 경험이 내게 알려준 것들

내 개인으로는 그 프로젝트 성격때문인지, 아니면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함께 도와준다는 첫 경험이 강렬해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경험을 바탕으로 이후 리더 역할을 하고 현재 시점에서, 리더로 성장한 경험을 반추해보면 몇 가지가 명확하게 보인다.

팀으로 내는 임팩트는, 개인이 내는 임팩트를 능가한다

내가 만약 혼자서 일했다면, 내가 할수 있는 일의 범위 100만큼, 아니면 내가 좀 더 갈아넣어서 110만큼 했을수는 있다. 하지만 팀을 이끌면서 문제를 해결한다면, 처음에는 두명이 170정도의 일을 해내겠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250, 300이상의 일을 해낼수 있다. 굉장히 단순화 하여 생각해보면 제조업처럼 생각해보면 된다. 전체 capacity가 늘어났고 한명이 아닌 여러명이니까, 분업화로 전문성이 생기며, 숙련도가 올라가서 아웃풋이 좋아지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얘를 시키느니 답답해서 내가 하고 만다'는 생각을 할수 있다. 그런데, 언제까지 그럴건가? 단기적으로는 손해더라도,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방법, 더 큰 임팩트를 내는 그림을 지속적으로 그려가며 팀을 운영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다소 비용과 에너지가 들더라도 성장을 위한 기회, 그러니까 적절한 위임과 챌린지를 신경써주는것이 중요하다. 비효율적이라고? 정신차리자. 이제 나는 '남의 일도 책임지는' 사람이다.

지식·기술 장벽의 희석과 AI 시대의 도래

AI와 자동화 기술의 발전으로 많은 전문 지식과 기술은 누구에게나 접근 가능한 자원이 되었다. 이전에는 '나보다 더 많은 지식을 보유한 사람'이 리더인 가능성이 높았지만, AI로 인해 지식이나 데이터의 해자가 희석되면서 지식에 의존하는 리더십의 유효성이 희석되는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리더에게 필요한 역량은 무엇일까? 그 지식과 데이터가 제대로 된 방향으로 활용되도록 방향성을 세우기 위해 좋은 질문을 던지고, 나아가 구성원들도 좋은 질문을 하고 실행을 하며 성장할수 있는 판을 깔아주는 역할이다. 그런데 여기까지만 하면 '그냥 구성원들 좋은거 해달라는거냐'라고 오해할수 있다. 한가지 추가조건은, 그 깔아놓은 '판'이 회사나 조직의 방향성과 정렬되어야 한다는것이다. 한가지 조건이 더해졌는데 갑자기 난이도가 올라간 느낌이다.

그렇기에 리더십은 기술보다는 예술에 가까운게 아닐까 생각한다. 구성원들의 역량과 동기를 이해하고, 회사의 방향에 걸맞게 그들에게 적절한 task와 챌린지를 하며 성장과 성과를 동시에 이끌기. 이론적이지만, 결국 성과와 성장 이 두 단어로 귀결된다.

리더의 가장 큰 즐거움은 성과 만큼이나 '내가 같이 일하는 사람의 성장'에서 온다

개인적으로는 '내'가 뭔가를 해냈을때보다, 내가 리드한 팀원이나 도움을 준 팀원이 뭔가를 해내고 뿌듯해할때 더 큰 효용감을 느낀다. 일로서 성과를 내는 것과 한 사람을 변화시키는것, 그러니까 성장시키는것, 무엇이 더 어려울것 같은가? 그런데 리더는 그럴수 있는 권한과 기회가 주어지는, 정말 의미있는 자리이다. 그리고 그렇게 하는 것 자체가, 리더 자신의 성장이라는것을 나 스스로도 느꼈다.

그렇게 리더가 된다

해당 프로젝트가 끝나고, 몇개월 후에 운좋게 팀장으로 조기승진을 하였다. 그런데, 내가 만약 앞서 말했던, 그러니까 고통이 수반되기는 했지만 그 즐거움과 효용감을 느끼지 못했다면, 내가 팀장역할을 기꺼이 받아들였을까? 천성이 무엇이든 재미있게하고 의미를 찾아내고 만들어내는 나 조차도, '남의 성장과 조직의 성과를 책임진다'는 무거운 의제에 대해서는 불안감이 없지 않았고, 그러한 즐거움과 효용감이 없었으면 당시 그렇게 될 수 없었을것 같다.

초임 팀장 리더십
팀원의 동기를 부여하는것도 나의 큰 역할중 하나였다. 물론 여러가지 방법으로…

떠밀려서 리더가 된다거나, 하기 싫은데 억지로 한다는 구성원들이 많다. 개인의 가치관이고 취향이니 이는 존중받아 마땅하다. 다만, 내가 '지금까지 하던 실무자 역할은 할만큼 했다'고 느낀다면, 새로운 도전에 흥미를 느끼고 자극적인 성장을 원한다면, '리더'라는 역할은 꼭 한번 시도해보는것을 추천하고 싶다.

처음엔 어렵고 버거울 수 있다. 나도 그랬으니까. 하지만 팀원의 성장을 지켜보며 느끼는 효용감은 개인 성과와는 또 다른 차원의 보람이다. 리더십은 타고나는 게 아니다. 경험하고, 실수하고, 배우면서 만들어가는 것이다. 그 여정에서 느끼는 효용감이 당신을 진짜 리더로 성장시킬 것이다.


이종택 CSO

  • 맥킨지에서 4년간 사업전략, 턴어라운드, 운영효율성 개선,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프로젝트를 수행했으며, Kellogg School of Management에서 2년간 학업했습니다.

  • 현재 리더십 솔루션 스타트업 포티파이에서 기업의 피플 리더십 문제를 기술과 심리 전문성으로 해결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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