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 멘탈관리가 무너지는 건 나약해서가 아니라, 과거의 일하는 방식을 새 역할에도 그대로 가져오기 때문입니다. 실무자일 때 통했던 '내가 직접 해결한다'는 방식이, 리더가 된 뒤에는 오히려 소진의 원인이 됩니다. 이 글은 한 본부장의 사례와 최신 리더십 연구를 통해, 리더 멘탈관리의 핵심이 왜 역할 경계를 다시 긋는 데 있는지 다룹니다.
리더가 될수록 왜 더 바빠지는가
한 사람이 있었다. 처음으로 본부장이라는 자리를 맡았다. 새로운 역할에 대한 기대도 컸고, 잘해내고 싶다는 의욕도 강했다. 하지만 그만큼 책임감과 불안도 컸던 것 같다. 그는 조직을 꼼꼼하게 살피기 시작했다. 팀장에게만 보고를 받는 것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실무자가 어떤 일을 하는지 직접 알아야 한다고 여겼고, 팀장을 건너뛰어 실무자에게 직접 연락하기도 했다. 팀 간에 오가는 메일에는 본부장인 자신을 모두 참조로 넣으라고 했다. 구성원들은 처음 그 이유를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본부장의 지시였기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의 메일함에는 하루가 다르게 메일이 쌓였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구성원 사이에서 관계 문제가 발생하면 직접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팀장이 해결해야 할 문제에도 개입했고, 실무자의 업무 방식에도 의견을 냈다. 때로는 팀장의 역할을 대신했고, 때로는 실무자의 역할까지 직접 챙겼다. 그는 누구보다 바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조직은 점점 그에게 더 많은 것을 요구하는 구조가 되어갔다. 돌이켜보면 그는 본부장이 된 뒤에도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 일하고 있었던 것인지 모른다. 다만 과거보다 훨씬 넓어진 영역에서 자신의 방식대로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 정작 중요한 질문을 던질 틈이 없었다. '본부장의 역할은 무엇인가?'
결국 그는 지쳐갔다. 그리고 책임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 이야기를 단순히 '리더의 번아웃'이라고 설명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조금 다른 관점에서 이 사례를 바라본다. 그는 일을 못해서 지친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너무 열심히 일했다. 문제는 자신이 새롭게 맡은 역할과 과거의 역할 사이에 경계를 만들지 못했다는 것이다.
리더 멘탈관리, '더 많이'가 아니라 '다르게' 일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리더 멘탈관리는 업피플이 제공하는, 리더가 자신의 역할과 책임 범위를 스스로 점검하고 조정하도록 돕는 리더십 코칭 프로그램 중 하나다. 이 관점에서 보면 원칙은 분명해집니다. 리더가 되면 '더 많이'가 아니라 '다르게' 일해야 한다. 많은 조직에서 승진은 보상으로 인식된다. 좋은 성과를 낸 사람에게 더 큰 권한과 책임을 부여한다. 그런데 승진과 함께 바뀌는 것은 직급만이 아니다. 일하는 방식 자체가 달라져야 한다. 실무자일 때는 자신이 직접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한 역량이었다. 자료를 확인하고, 오류를 찾아내고, 직접 실행하면 된다. 하지만 리더가 되면 성과를 만드는 방식이 달라진다.
내가 직접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누가 해결하도록 할 것인지 판단해야 한다. 내가 모든 정보를 갖는 것이 아니라 어떤 정보를 누구에게 맡길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갈등을 직접 해결하는 것보다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즉, 리더의 중요한 일은 일을 많이 하는 것에서 일을 통해 조직이 움직이도록 만드는 것으로 이동한다.
최근 리더 역할 전환에 대한 연구를 종합한 체계적 문헌고찰(Jiang, Agolli & Harold, 2026)에서도 새로운 리더가 역할에 적응하는 과정에는 단순한 기술 습득만이 아니라 리더로서의 정체성을 새롭게 형성하는 과정이 포함된다고 설명한다. 136편의 관련 연구를 검토한 이 연구는 리더 역할 전환을 적응, 정체성 변화, 사회적 인정이라는 세 가지 측면에서 설명한다. 결국 리더가 된다는 것은 기존의 나에게 새로운 일을 추가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일하는 방식을 다시 정의하는 과정에 가깝다.
과거의 성공 방식이 오히려 리더를 지치게 하는 이유
문제는 과거에 성공했던 방식이다. 새로운 역할을 맡은 사람이 과거의 성공 방식을 사용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오랫동안 특정 업무를 잘해왔던 사람이라면 문제가 생겼을 때 자신이 가장 익숙한 방식으로 접근한다. 자료를 직접 본다. 회의에서 질문한다. 세부사항을 확인한다. 직접 해결한다. 이 방식은 과거에는 효과적이었다. 그래서 성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역할이 바뀌면 같은 행동이 다른 결과를 만들 수 있다. 본부장이 모든 실무 메일을 확인하면 현장을 잘 파악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정보가 본부장에게 집중되면서 정작 본부장이 판단해야 할 정보와 팀장이 처리해야 할 정보가 뒤섞인다. 실무자에게 직접 연락하면 현장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하지만 팀장을 거치지 않는 의사소통이 반복되면 팀장의 역할과 권한은 약해질 수 있다.
구성원의 갈등을 직접 해결하면 당장의 문제는 사라질 수 있다. 하지만 팀장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조직을 운영할 기회는 줄어든다. 처음에는 모두 책임감에서 시작했을 것이다. 하지만 책임감이 지나치면 과잉개입이 된다. 그리고 과잉개입은 결국 리더 자신을 지치게 한다.
최근 관리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Maisonneuve 외, 2024)에서도 역할이 모호한 상황이 업무중독을 거쳐 번아웃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결과가 보고됐다. 165명의 1선 관리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역할 모호성과 번아웃의 관계를 업무중독이 매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리더의 소진을 단순히 업무량만으로 보기보다, 자신이 무엇을 책임지고 어디까지 개입해야 하는지 불분명한 상황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
책임감과 과잉책임은 다르다
리더에게 책임감은 중요한 덕목이다. 문제가 생겼는데 '내 일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리더에게 조직은 신뢰를 보내기 어렵다. 하지만 모든 것을 자신의 책임으로 받아들이는 것 역시 좋은 리더십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팀원이 실수했다고 해서 그 실수의 모든 책임이 리더에게 있는 것은 아니다. 팀원이 자신의 업무에 충분히 몰입하지 않는다고 해서 리더가 그 사람의 동기까지 책임져야 하는 것도 아니다. 팀원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고 해서 리더가 두 사람의 관계를 대신 살아줄 수도 없다.
리더에게 필요한 것은 모든 문제를 자신의 문제로 만드는 능력이 아니라, 자신의 책임 범위를 정확하게 설정하는 능력이다. 내가 책임져야 하는 것은 방향을 제시하는 것, 필요한 자원을 제공하는 것, 기준을 명확히 하는 것, 적절한 피드백을 주는 것이다. 반면 구성원이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어느 정도의 노력을 기울일 것인지, 자신의 역할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는 결국 구성원의 몫이다. 리더가 모든 것을 책임지려 할수록 구성원은 스스로 책임질 공간을 잃고, 리더는 점점 더 많은 것을 떠안게 된다. 결국 리더의 과잉책임은 구성원의 책임까지 약화시킬 수 있다.
메타인지, 리더 멘탈관리의 핵심 도구
같은 상황에서도 다른 선택을 한 사례가 있다. 대기업의 한 임원은 승진하면서 자신이 담당하던 사업부보다 훨씬 넓은 영역을 살펴봐야 하는 위치에 올랐다. 그런데 회의만 하면 자꾸 예전에 자신이 맡았던 사업부의 자료에 눈길이 갔다. 익숙한 숫자가 보이면 질문도 했다. 어찌 보면 당연한 행동이었다. 그 사업부는 오랫동안 자신이 책임졌던 영역이었다.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고, 자신의 전문성이 가장 강하게 발휘되는 곳이기도 했다.
중요한 것은 그다음이었다. 그는 어느 순간 자신의 행동을 알아차렸다. '내가 지금 예전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후 그는 조금씩 행동을 바꾸기 시작했다. 예전 사업부의 세부 업무는 새롭게 맡은 사람에게 완전히 위임했다. 회의에서도 과거의 관점으로 세부사항을 파고들기보다 전체 사업부의 흐름을 보는 데 집중했다. 물론 한 번에 바뀐 것은 아니었다. 익숙한 영역에 관심이 가는 습관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과거의 역할로 돌아가려는 순간을 알아차렸고,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왔다. 결과적으로 그는 새로운 역할에 적응할 수 있었다.
두 사람의 차이는 능력의 차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한 발 떨어져 바라볼 수 있었느냐의 차이에 가까웠다. 리더에게 필요한 멘탈은 메타인지에서 시작된다. 메타인지는 자신의 생각이나 행동을 한 단계 떨어져 바라보고 점검하는 능력이다. 리더에게 이를 적용하면 질문은 단순해진다. '나는 지금 리더의 일을 하고 있는가, 아니면 과거의 내 일을 하고 있는가?'
이 질문 하나만으로도 많은 것이 달라질 수 있다. 팀원의 업무를 직접 확인하고 싶을 때, '이것이 정말 내가 해야 할 일인가?' 라고 물어볼 수 있다. 구성원의 갈등에 직접 개입하고 싶을 때, '내가 해결해야 하는 문제인가, 아니면 팀장이 해결하도록 도와야 하는 문제인가?' 라고 생각할 수 있다. 과거에 담당했던 업무가 눈에 들어올 때, '내가 이 일을 다시 하는 것이 조직에 도움이 되는가, 아니면 내가 익숙해서 편한 것인가?' 라고 물을 수 있다.
리더의 자기인식이 리더십 효과성과 연결된다는 연구도 있다. 리더가 자신의 리더십 행동을 어떻게 인식하는지와 구성원이 그 행동을 어떻게 인식하는지의 일치 정도를 살펴본 연구(Tekleab 외, 2008)에서는 리더의 자기인식이 리더십 효과성 및 구성원의 상사에 대한 만족과 관련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리더에게 필요한 자기인식은 '나는 어떤 사람인가'에 머무르지 않는다. '나는 지금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가'를 계속 확인하는 것까지 포함한다.
리더 멘탈관리는 내려놓는 연습이다
그래서 나는 리더의 멘탈 관리를 단순히 스트레스를 줄이는 방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휴식을 취하고, 운동하고, 마음을 다스리는 것도 필요하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살펴봐야 할 것이 있다. 내가 지금 너무 많은 것을 책임지고 있지는 않은가? 내가 해야 할 일과 할 수 있는 일을 혼동하고 있지는 않은가? 내가 직접 해야 안심되는 것은 아닌가? 내가 과거에 잘했던 방식이 지금도 유효한가? 이 질문들은 리더가 자신의 역할을 다시 바라보게 한다. 특히 '내가 할 수 있다'와 '내가 해야 한다'는 전혀 다른 문장이다. 리더가 실무를 잘할수록 이 둘을 혼동하기 쉽다.
내가 할 수 있기 때문에 직접 한다. 내가 하면 더 빠르기 때문에 가져온다. 내가 더 잘 알기 때문에 다시 확인한다. 하지만 그 순간 리더의 시간은 줄어들고, 구성원이 성장할 기회도 줄어든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내려놓는 것은 능력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다. 그 능력을 더 높은 수준에서 사용하는 것이다.
리더가 해야 할 일은 모든 일을 직접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자신이 해야 하고 무엇을 다른 사람이 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하는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좋은 리더는 모든 일을 하는 사람이 아니다. 리더가 된다는 것은 더 많은 일을 맡는다는 의미가 아니다. 오히려 더 많은 일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의미에 가깝다. 실무자에게 넘겨야 할 일도 있고, 팀장에게 넘겨야 할 일도 있다. 역할이 커질수록 세부적인 일에서 한 걸음씩 물러나 더 넓은 관점에서 조직을 바라봐야 한다. 물론 내려놓는 것은 쉽지 않다. 특히 자신이 오랫동안 잘해왔던 일이라면 더욱 그렇다. 그래서 리더에게 필요한 것은 무조건적인 위임이 아니다. 정서지능을 기반으로한 위임이다.
'이 일은 누구의 역할인가?' '타인이 대신할 수 없는, 내가 해야만 하는 역할은 무엇인가?' 이 질문을 반복하면서 자신의 역할 경계를 조정하는 것이다. 결국 리더의 멘탈을 지켜주는 것은 강한 정신력이 아닐지도 모른다. 오히려 자신이 책임져야 할 것과 책임질 수 없는 것을 구분하고, 과거의 성공 방식이 현재에도 적절한지 점검하며, 필요할 때 자신의 손에서 일을 내려놓을 수 있는 능력일 수 있다. 좋은 리더는 모든 것을 아는 사람이 아니다. 자신이 무엇을 알아야 하고, 무엇을 다른 사람에게 맡겨야 하는지를 아는 사람이다. 그리고 어쩌면 리더가 한 단계 성장했다는 가장 분명한 신호는 더 많은 일을 하고 있다는 데 있지 않다. 예전에는 자신이 직접 하던 일을 이제는 믿고 다른 사람에게 맡길 수 있다는 데 있다. 리더의 멘탈 관리는 그 지점에서 시작된다. 더 많이 견디는 것이 아니라, 더 이상 내가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알아차리는 것. 그것이 리더가 자신과 조직을 함께 지키는 방법이다.
자주 묻는 질문
리더 멘탈관리는 왜 중요한가요?
리더가 소진되는 이유는 대부분 능력 부족이 아니라 과잉책임입니다. 리더 멘탈관리는 스트레스를 줄이는 기술이 아니라, 자신의 책임 범위를 정확히 설정하고 역할 경계를 지키는 능력을 키우는 과정입니다.
리더가 번아웃되는 진짜 이유는 무엇인가요?
역할이 모호한 상태에서 과도하게 일에 몰입하는 업무중독이 번아웃으로 이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단순히 일이 많아서가 아니라, 무엇을 책임지고 어디까지 개입해야 하는지가 불분명할 때 소진이 커집니다.
과잉책임과 책임감은 어떻게 다른가요?
책임감은 리더에게 꼭 필요한 덕목이지만, 구성원의 선택과 노력까지 모두 떠안는 과잉책임은 다릅니다. 리더가 모든 것을 책임지려 할수록 구성원이 스스로 책임질 공간이 줄어듭니다.
리더 멘탈관리를 시작하려면 무엇부터 해야 하나요?
'나는 지금 리더의 일을 하고 있는가, 과거의 내 일을 하고 있는가'를 스스로 점검하는 메타인지 질문에서 시작할 수 있습니다. 이 질문을 반복하는 것만으로도 역할 경계를 다시 확인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김정석 | 조직·리더십 코치
대기업 10년의 현장 실무 경험과 심리학 박사로서의 깊이 있는 전문성을 결합하여 리더와 조직의 변화를 이끄는 코칭 전문가
『직장 10년, 회사를 떠납니다』 저자 / 한국코치협회 KPC 인증 코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