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제일 잘한다는 착각이 만드는 조직의 한계
콘텐츠 3줄 요약
"내가 제일 잘한다"는 확신이 초기엔 강점이지만 성장 단계에선 조직의 한계가 된다
1-Pager로 사고 과정을 공유하고 위임의 3단계(무엇을, 누구에게, 어떻게)를 실천해야 한다
위임의 목적은 리더의 일을 줄이는 게 아니라 팀 전체의 역량을 키우는 것이다
내가 제일 잘한다는 착각의 시작
리더라면 누구나 한 번쯤 이런 생각을 해봤을 겁니다.
"내가 직접 해버리는 게 더 빠른데..."
의사, 변호사, 개발자, 기획자, 디자이너 등 각자의 전문 분야에서 커리어를 쌓은 리더일수록 이 유혹은 더 강합니다. 특히 0→1(제로투원) 단계에서는 이런 전문성이 생존을 결정짓는 무기예요. 초기에는 리더 본인이 곧 최고 전문가이자 실행자일 수밖에 없으니까요. 문제는 이 장점이 일정 시점 이후부터 성장의 발목을 잡는 착각으로 변한다는 점입니다.
이번 글은 리더의 착각 3부작 시리즈 두 번째 이야기로, 첫 편 "네임드 채용의 함정"에 이어 "내가 제일 잘한다는 착각"을 다룹니다.
"내가 제일 잘한다"는 상태가 만드는 한계
리더가 모든 결정을 검토하고 실행까지 직접 챙기면, 팀은 점차 '리더 없이는 굴러가지 않는 조직'으로 고착됩니다. 리더 본인은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확신을 갖지만, 사실상 이는 조직 성장의 최대치를 스스로 제한하는 행위예요.
특히 대표라면 더 치명적입니다 (조직의 한계 = 대표 개인의 한계)
비즈니스 임팩트의 최대치 = 대표 개인의 감당 범위
성장의 최대 속도 = 대표의 의사결정 속도와 체력
세상에 미칠 수 있는 영향 = 대표 한 사람의 영향력 반경
이 상태에 안주하면 스타트업이 아니라, 리더 개인이 틀어쥔 중소기업적 구조에 머무르게 됩니다.
더 큰 문제: 팀원의 성장 기회를 빼앗는다
리더가 "내가 제일 잘 안다"는 생각으로 스스로 일을 처리하면, 구성원은 실패할 기회조차 잃습니다. 실패와 시행착오가 없으면 배움도 없어요. 결국 구성원의 성장이 멈추고, 조직 전체가 리더 개인의 한계에 갇히게 되죠. 이 착각은 개인 차원이 아니라 조직 전체의 바틀넥이 되는 구조적인 위험입니다.
해법 1: 1-Pager로 사고 흐름을 공유하라
아마존은 중요한 의사결정 과정에서 6-Pager를 활용합니다. 단순한 보고서가 아니라, 문제 정의부터 가설·목표·지표 설정까지 과정을 글로 풀어내 팀 전체가 사고 과정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한 문서예요. 다만, 스타트업이나 빠른 실행이 중요한 조직에서는 6-Pager가 다소 무겁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를 간소화한 1-Pager가 효과적이에요.
1-Pager 구성 요소
항목 | 내용 |
---|---|
Background | 왜 이 업무를 해야 하는가? |
Situation & Problem | 현재 상황과 문제 정의 |
Goal | 해결 후 달성할 정량·정성 목표 |
Hypothesis | 문제 해결을 위한 가설과 근거 |
Metrics | 성공/실패 판단 지표 |
Requirements | 최소 단위 실행 요건 |
핵심 요소만 압축해 작성하면, 리더의 머릿속에 있던 사고 흐름을 빠르게 시각화하고, 구성원들이 단순한 결과물이 아니라 문제 해결의 방법론 자체를 학습할 수 있습니다.
해법 2: 위임의 3단계. 무엇을, 누구에게, 어떻게
위임은 단순히 업무를 던져주는 게 아닙니다. 효과적인 위임을 위해 리더는 세 가지 단계를 점검해야 해요.
1️⃣ 어떤 업무를 위임해야 하는가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는 의사결정을 1-Way Door(돌이킬 수 없는 결정)과 2-Way Door(되돌릴 수 있는 결정)로 구분했습니다. 이 프레임워크는 위임 판단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어요.
1-Way Door 업무: 조직 존폐나 장기 전략에 치명적 → 리더가 직접 수행
2-Way Door 업무: 실패해도 다시 시도 가능, 학습 효과 큼 → 위임 적합
2️⃣ 누구에게 위임해야 하는가
단순히 성실하거나 똑똑한 사람에게 모든 업무를 맡기는 게 아니라, 그 업무가 요구하는 핵심 역량을 실제로 갖춘 사람에게 위임해야 합니다.
🏆 트랙 레코드가 있는 인재
과거에 동일하거나 유사한 역량을 발휘해 성공한 경험이 있는 사람에게는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 과제를 우선적으로 맡깁니다.
💎 포텐셜이 있는 인재
아직 트랙 레코드는 부족하지만, 필요한 역량의 단초가 보이는 사람이라면 난이도가 낮은 업무부터 위임해 작은 성공(Quick Win)을 경험하게 합니다.
이렇게 하면 단순히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이 과제를 성공시키는 데 필요한 역량을 증명했거나 증명할 잠재력을 가진 사람"에게 위임하는 기준이 명확해집니다.
3️⃣ 어떻게 위임해야 하는가
위임은 '맡기고 방임하는 것'이 아니라, 사고력을 키우는 과정입니다. 리더는 답을 주는 대신 좋은 질문을 던져야 해요.
실전 예시: 보험 중개 플랫폼의 매출 둔화 문제
"매출이 둔화됐다"는 문제의 원인은 다양할 수 있습니다
플랫폼에 올라탄 보험사가 많지 않다 → 파트너십 이슈
보험 상품이 다양하지 않다 → 파트너십 이슈
중개 수수료가 낮다 → 전략 이슈
플랫폼에서 보험 중개로 유입되는 트래픽이 적다 → 제품 이슈
가입까지 이어지는 고객 경험이 쾌적하지 않다 → 제품 이슈
✅ 범위 좁히기
포텐셜이 있는 Product Manager에게 모든 원인을 동시에 붙잡게 하지 말고, '트래픽 개선'이나 '고객 경험'처럼 제품 관련 1~2개의 지점에 집중하게 합니다.
✅ 질문으로 사고 유도하기
답을 주는 대신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지세요
"말씀하신 액션 아이템이 개선되면 예상 매출 증분은 얼마인가요?"
"단기적으로 가장 빠른 효과를 낼 수 있는 변화는 무엇인가요?"
"이 개선이 핵심 지표와 어떻게 연결되나요?"
이 과정을 거치면 구성원은 단순히 아이디어를 나열하는 수준을 넘어, 임팩트·속도·지표 적합성이라는 세 가지 관점에서 스스로 우선순위를 판단하는 훈련을 하게 됩니다.
위임의 진짜 목적
위임의 목적은 단순히 리더의 일을 줄이는 데 있지 않습니다.
리더는 퀄리티 타임을 확보해 더 큰 전략과 장기적 이니셔티브를 추진할 수 있고, 구성원은 실패와 성공을 통해 성장하며 리더십의 다음 단계로 도약할 발판을 마련하게 됩니다. 이 과정을 통해 조직은 점점 더 많은 사람이 리더의 사고방식과 역량을 공유하는 팀으로 진화합니다. 결국 위임은 조직의 파이를 키우고, 더 큰 임팩트를 만들어내는 데 필수적인 도구예요.
착각에서 벗어나는 순간, 조직이 성장한다
"내가 제일 잘한다"는 확신은 스타트업의 초기를 지탱해주는 강력한 힘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정 시점 이후에도 그 착각을 버리지 못하면, 그것은 곧 조직의 성장 한계선이 됩니다. 리더가 할 일은 언제까지나 직접 뛰는 선수가 되는 것이 아니라, 팀 전체가 더 잘하게 만드는 구조를 설계하는 것입니다. 특히 대표라면 이 전환을 더 일찍, 더 철저하게 해야 해요. 그래야만 개인의 역량을 넘어서는 집단적 에너지가 폭발하고, 더 큰 시장과 더 큰 세상에 의미 있는 임팩트를 남길 수 있습니다.
한번 체크해보세요
✅ 최근 한 달간 팀원에게 의미 있는 업무를 위임한 적이 있나요?
✅ 위임할 때 사고 과정을 공유하고 질문으로 유도했나요?
✅ 팀원들이 실패해도 배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있나요?
✅ 리더인 내가 전략적 일에 집중할 시간을 확보하고 있나요?
만약 이 중에서 "아니오"라는 항목이 있다면, 오늘부터 작은 업무 하나라도 위임해보세요. 처음엔 불안할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팀원도, 조직도, 그리고 당신도 함께 성장하게 될 겁니다.
다음 편에서는 리더가 자주 하는 세 번째 착각인 "내가 잘 모른다는 불안"에 대해 다룰 예정입니다.
김유리 업피플 리더십 코치
토스, 쿠팡, 애플, 삼성전자, SK텔레콤, 티맵모빌리티 등에서 제품 개발과 조직 리더십을 경험했고, 베이스벤처스에서 스타트업의 성장을 돕는 어드바이저로 활동했습니다.
현재는 포티파이에서 업피플 리더십 코치로 일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