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3줄 요약
핵심인재가 갑자기 의욕을 잃을 때, 이탈방지책이나 보상을 늘리는 것은 근본 해법이 아니다.
몰입에는 목표·피드백·통제감·능력과 도전의 균형이, 내적동기에는 숙련·자율성·목적성이 필요하다.
핵심인재 관리의 본질은 사람을 붙잡아 두는 것이 아니라, 삶 전체의 목적을 재설계하도록 돕는 ‘커리어 인큐베이터’ 역할에 있다.
핵심인재 관리의 가장 이상적인 케이스
무기력해진 핵심인재 A씨의 사례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어느 평일 오후 2시 53분. 15년 차 경력의 마케터인 A씨는 한숨을 쉬었다. 이름 대면 다 알만한 국내 대기업과 외국계 기업에서 마케팅 경험을 쭉 쌓았고 최근 잘 나가는 스타트업의 마케팅 팀장으로 자리를 옮겨 일해 왔다. 예전과 달리 책임도 많아졌고 스타트업인 만큼 CEO와 직접 일하며 여러 굵직한 결정을 직접 내릴 수 있는 점도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A씨는 요즘 마음이 너무 복잡하다. 일에 대해 예전만큼 열정도 없고, 이럴 수 있나 싶을 정도로 무기력하다.
A씨가 가장 혼란스러운 건 겉으로 보기에는 사실 아무 문제가 없다는 점이다. 주변의 신임도 그 어느때보다 더 많이 받고 있고,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이 스타트업이 성공적으로 다음 라운드의 투자를 받는데 있어서 A씨 팀 역할이 크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그 일을 해내는게 부담되지 않을 정도로 일에 대한 경험과 자신도 있다. 하지만 스스로의 동기부여 곡선을 그려본다면 A씨는 지금이 최저점을 찍고 있는 것 같다.
처음 이렇게 느꼈을때에는 그냥 '곧 괜찮아 지겠지'하고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무기력의 늪에 점점 더 깊이 빠져드는 느낌이 들었다.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프로젝트도 맡아 보고자 했고 직속 상관인 CEO에게 요청해 권한을 좀더 늘리기도 했다. 스타트업인 만큼 일은 넘쳐났고 새롭게 해야 할 일 역시 많았으므로, 그럴 기회는 많았다. 하지만 아무리 변화를 모색해 봐도 A씨는 점점 더 심드렁해졌다. 현재 스타트업에서의 기회가 너무 좋지만, 회사 문제인가 싶어 회사를 옮기는 것도 고려해 보았다. 하지만 그것조차도 하기가 싫었다. 번아웃인가 싶어 개인적으로 심리 상담사도 찾아가 상담을 받아보기도 했다. 스트레스 지수가 높긴 했지만 검사 결과 번아웃은 아니었다. A씨는 더욱 혼란스러워졌고, "이러다 도태되면 어떡하지?"라는 불안감도 느끼기 시작했다.
A씨를 영입해 온 스타트업의 CEO B씨 역시 그런 A씨를 옆에서 보며 걱정하기 시작했다. A씨는 이 스타트업의 핵심인재였고, 그의 역할은 다음 라운드의 펀딩을 받는데 있어서 매우 중요했다. 따라서 B씨는 A씨와 그 팀을 동기부여하기 위해 여러 시도를 했다. 늘 가용할 돈이 부족한 스타트업이지만 원하는 대로 일을 해 보라고 예산도 무리해서 늘려주고, 너무 많이 피드백을 주면 간섭한다고 생각할 것 같아 가능한 한 그냥 믿고 맡기기도 했다. 노파심에 퇴근 후 함께 한 잔 하며 자신이 이 스타트업에 대해 가진 비전과 목표를 실현하는데 A씨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리마인드 해주기도 했다. 하지만, B씨가 아무리 노력해도 A씨의 동기부여는 쉽사리 이루어지지 않았다. B씨는 핵심인재인 A씨의 동기부여를 위해 모든 걸 다 시도해 봤음에도 A씨가 눈 앞에서 점점 더 업무에 대한 의욕을 상실하고 있다는 사실에 실망했고, 자신의 노력을 A씨가 알아주지 않는 것 같아 섭섭했다.
핵심인재 관리, 리더가 짚어봐야 할 2가지
"직원들이 좀더 몰입해서 일할 수 있도록 동기부여 하려고 하는데 아무리 해도 먹히지가 않아요."
"요즘 세대 직원들은 일에 대한 열정이 옛날 우리가 신입일때 같지 않아요. 회사에 대한 충성심도 없고 일을 시켜도 다 별로 반응이 없어요."
한국과 미국에서 내가 코칭하는 CEO 및 조직의 리더들이 늘 하는 고민이다. 미국과 한국의 차이라면, 미국의 조직장들은 조직에 대한 충성심을 팀원들로부터 별로 기대하지 않는 반면 한국의 조직장들은 자신이 팀원들에게 정성을 쏟는 만큼 팀원들이 조직과 일에 대한 애정을 보이지 않을 때 더욱 섭섭해 하는 편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이 부분적인 차이를 고려하더라도 "팀원들이 좀더 몰입해서 일할 수 있도록 동기부여 하고 싶은데 잘 안된다"는 건 국경을 초월해 모든 리더들이 공유하는 고민이다.
팀의 핵심인재들이 더욱 몰입해서 일할 수 있도록 내재적인 동기를 더 강하게 부여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두 가지의 접근 방식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첫째는 몰입의 조건을 조절하는 것이고, 둘째는 내적 동기부여의 조건을 충족시키는지 확인해 보는 것이다.
몰입을 만드는 4가지 조건
헝가리계 미국인 심리학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는 수십년 간 유명 운동선수, 음악가, 아티스트, 노벨상 수상 학자, 훌륭한 비즈니스 리더들이 자신의 일에 몰입한 상태인 ‘Flow State’에 대해 연구했다. 사람들이 일이나 취미 등에 깊이 몰두하여 시간의 흐름이나 자아까지 잊어버리는 순간인데, 신기한 것은 사람들이 그런 순간에 일종의 깊은 행복감을 느낀다는 점이었다. 칙센트미하이는 이러한 몰입이 우연히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조건을 갖추면 의도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는 걸 여러 연구를 통해 주장했는데, 그가 주장한 몰입의 4가지 조건은 다음과 같다.
분명한 목표와 이유: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목표가 분명해야 하며, 왜 그 일을 해야하는지 이유도 명확해야 한다.
즉각적인 피드백: 자신이 잘하고 있는지 결과를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상황 통제력: 일의 상황이나 업무에 있어서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느낀다.
도전과 능력 사이의 균형: 도전하고자 하는 과제의 난이도와 자신의 능력 수준이 균형을 이뤄야 한다. 도전하는 과제가 자신의 능력에 비해 너무 쉬우면 지루함을 느끼고, 너무 어려우면 불안을 느끼기 때문이다.
A씨 사례에 적용해보기
A씨의 CEO는 그의 팀의 업무에 대해 즉각적인 피드백을 줬고, 마케팅 일 자체의 특성 상 시장으로부터의 반응 역시 즉각적이었다. CEO가 최대한의 자율성을 보장해 준 만큼 상황에 대한 통제력도 컸다. 스타트업이 당면한 과제 자체 역시 A씨에겐 매력적인 도전이었고, 답을 다 알고 있는 건 아니었지만 A씨는 다양한 마케팅 경험을 통해 쌓은 자신의 능력에 대해 자신감도 있었다. 문제는 일에 대한 목적과 이유였다. 자신이 해야 할 일의 목적과 이유 모두 분명했지만, A씨는 왜 이 일이 중요한가에 대해 예전만큼 공감할 수 없었다. 5년 전만 해도 이러한 상황에서 자신의 일이 자신에게 지니는 의미에 대해 스스로를 쉽게 설득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더 이상 그 일이 예전만큼 의미를 갖지 않았다.
내적 동기부여를 끌어내는 3가지 조건
『드라이브』의 저자 다니엘 핑크는 21세기에 인간을 궁극적으로 움직이는 동기 부여 시스템은 내적 동기라고 말한다. 내가 한 일의 대가로 외부에서 주어지는 보상보다, 일 그 자체에서 오는 만족감과 의미로 인해 자기목적적인 경험을 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몰입하게 되는 것이다. 자기목적적인 일이란 일을 하는 행위 그 자체가 곧 목적이 되는 상태, 결과가 아닌 과정 그 자체가 보상인 활동을 의미한다. 다니엘 핑크에 의하면 이 자기목적적인 경험을 가능케 하는 내적 동기부여의 요소는 숙련의 추구, 자율성, 목적성이다.
숙련의 추구: 우리는 우리 자신에게 의미있는 일에 있어서 점점 더 나아지고자 하는 욕구로 인해 숙련을 추구한다. 조직의 장이 보너스, 승진과 같은 보상과 부정적인 인사고과 등과 같은 처벌에 근거해 동기부여 하려 할 경우 우리는 더 잘하려고 스스로 노력하지 않는다. 하지만 내게 유독 의미있는 일과 관련해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는 요구하지 않아도 스스로 노력하며 숙련을 추구한다.
자율성: 자율성은 내적 동기의 핵심 조건이다. 사람들로 하여금 ‘무엇을, 언제, 어떻게, 또는 누구와’ 할지를 스스로 결정하게 할 때, 그들은 본질적으로 일에 더 몰입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더 많이 성취하게 된다.
목적성: 목적성은 내가 하는 일이 내게 왜 중요한지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잘 알고 느끼는 것이다. 아무리 상사가 ‘왜 이 일이 중요한가’에 대해 설명해 줘도 개인적으로 그 의미에 대해 공감할 수 없으면 목적성은 생기지 않는다.
A씨 사례에 적용해보기
A씨의 경우 가장 부족했던 건 목적성이었다. A씨의 상사인 CEO는 멋진 비전과 미션을 가지고 스타트업을 시작했고, A씨 역시 처음에는 그 비전과 미션에 영감을 받았기에 이 스타트업에 조인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So What?’이라는 질문을 하는 자신을 발견했다. 점점 더 자신이 생각하는 비전과 미션이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걸 깨달으며 목적성도 희미해졌고, 일을 더 잘하기 위해 노력하고 싶지도 않았다.
몰입과 동기부여를 위한 자기 인식의 질문
핵심인재 A씨를 동기부여한 방법
그렇다면 이 스타트업의 CEO인 B씨는 A씨로 하여금 어떻게 다시 일에 몰입할 수 있도록 내적 동기를 강하게 부여할 수 있을까? 여러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몰입과 내적 동기 부여의 조건을 고려했을 때 B씨가 할 수 있는 첫번째 액션은 아래와 같은 질문을 던지는 것이었다.
현재 A씨의 일에서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인가?
A씨가 살고 싶은 삶은 어떤 삶인가?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과 다르게 살고 싶다면, 어떻게 변하길 원하는가?
지금 현재 이 스타트업에서 하고 있는 일이 위 두 질문에 대한 A씨의 답을 어떻게 서포트하는가?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면 무엇이 부족한가?
1번과 2번의 질문을 받은 A씨는 처음엔 말문이 막혔다. 지금까지는 자신의 일에서 최고가 되는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지만 ‘최고’가 되는 것 자체가 더이상 별 의미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 2번 질문은 더 답하기 어려웠다. 일에만 몰두해 살아왔기에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동시에 그는 이런 깊은 질문을 던지며 자신에게 관심을 보여주는 상사인 B씨에게 고맙기도 했다. 단순히 일을 시키는 부하직원으로서 여기지 않고 이렇게 인간적으로 대해주는 상사는 그가 처음이었다. 동시에 미안하기도 했다. 이런 고민을 하며 성과를 제대로 내지 못하면 안된다는 생각에 일을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의욕이 생겼다.
3번 질문에 대한 답은 좀 더 분명했지만 CEO에게 말하기가 어려웠다. 현재 하고 있는 일은 예전만큼 중요하지 않다는 점은 시간이 지날수록 분명해졌지만 그렇게 말할 경우 CEO가 실망할까봐 두려웠다. 하지만 두려움을 무릅쓰고 1on1에서 솔직하게 이야기했을 때 CEO가 보인 반응은 예상 밖이었다. "급하게 일을 그만 두거나 바꿀 생각하지 말고 지금 하고 있는 일을 하면서 천천히 생각하고 계획해 봐도 된다. 뭔가 다른 일을 시도하는데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부담 갖지 말고 말해라."
핵심인재 A씨를 동기부여한 결과
결론적으로, 시간을 갖고 A씨는 자신이 원하는 변화를 발견하게 되었다. 지금까지는 마케팅 전문가가 되는 것이었지만, A씨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건 자신만의 사업을 시작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목표 설정을 새로 하고 나니 한동안 느낄 수 없었던 의욕이 넘쳤다. 창업을 하는데 있어서 필요한 일을 배우는데 이 스타트업의 경험은 모든 면에서 도움이 되었다. 이런 뜻을 공유하자 상사인 CEO B씨는 적극적으로 A씨를 멘토링하기 시작했다. B씨의 응원과 지원에 힘입어 A씨는 스타트업 제품 마케팅에 더욱 열심히 해서 고객 수는 10배 성장했고 그로 인해 스타트업은 다음 라운드의 펀딩 투자를 성공적으로 받을 수 있었다. 다음 라운드의 펀딩 후 1년 반 뒤 A씨는 스타트업을 떠나 창업을 하게 되었고, B씨는 그에게 중요한 멘토 및 이사회 멤버가 되었다. A씨에게 이 스타트업에서의 경험은 ‘커리어 인큐베이터’와 같았다.
핵심인재 관리를 위한 커리어 인큐베이터
인큐베이터의 Incubate라는 영어 단어는 라틴어 incubāre라는 단어에 기인하는데, 원래는 새가 둥지에 알을 품고 부화할 때까지 돌보는 것을 뜻했다. 현대에는 산부인과에서 미숙아가 태어나면 조금 더 자랄 때까지 건강하게 돌볼 수 있는 기계를 지칭하고, '좋은 아이디어를 가진 비즈니스들이 제대로 된 스타트업의 모습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회사 및 단체들' 역시 인큐베이터라고 부른다. 이처럼 우리는 아직 여물지 않았지만 큰 가능성이 있는 모든 형태의 것들을 인큐베이터에서 잘 품고 보살펴 그만의 고유한 사람, 아이디어, 회사로 만들고 키워낼 수 있다.
이 개념은 커리어에도 적용할 수 있다. 지금껏 해 온 일들에 더 이상 의미를 찾을 수 없고 그 일을 남은 생에 계속한다고 생각하면 삶이 한없이 공허하고 무료하게 느껴지거나, 뭔가 다른 일을 하는 삶을 끝없이 원하고 상상하는 자신을 발견할 때, 커리어 인큐베이터는 우리에게 의미 있는 일, 가치 있는 일을 위한 아이디어를 탄생시키고 실험하고, 키워 나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A씨의 상사인 스타트업의 CEO B씨는 A씨로 하여금 커리어를 인큐베이트할 수 있는 조건을 제공함으로써 결과적으로 A씨로 하여금 일에 몰입할 수 있도록 했고 더욱 더 효과적으로 내적 동기를 부여했다. 이로 인해 다음 라운드의 투자 역시 성공적으로 받을 수 있었고, 개인적으로는 팀원들의 잠재력을 효과적으로 발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배울 수 있었다.
오로지 핵심인재 이탈방지하지만 핵심가 목적이라면 이 사례는 실패 케이스일지도 모른다. 인재를 근본적으로 동기부여하고 그의 잠재력을 폭발적으로 발휘해 비즈니스 성과를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이 사례는 내가 경험한 핵심인재 관리의 가장 이상적인 케이스였다. 핵심인재 관리를 위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그들에게 더 많은 당근을 주는게 아니다. 역설적이게도 그들이 하고 있는 일의 반경을 넘어서 삶 전체의 목적성을 재설정하도록 해주고 그 목적성의 관점에서 일의 의미를 생각해 보도록 권함으로써 그들이 커리어에 대한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핵심인재 동기부여의 본질이다.
참고 도서
『커리어 인큐베이터』, 김미루 저, 시공사
『몰입의 즐거움』,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저, 해냄출판사
『드라이브』, 다니엘 핑크 저, 청림출판사
김미루 | 스타트업 리더십 코치
20여년 미국 Big Tech 경험 바탕으로 한미 스타트업 리더들의 성장을 돕는 코칭 전문가
『The Placeholder』 저자이며, 현재 샌프란시스코 거주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