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에서 스타트업으로! 이직을 꿈꾸는 리더들의 기대와 현실

대기업에서 스타트업으로 이직한 리더의 생생한 경험담. 기대와 현실의 차이, 성공적인 리더십 전환 방법, 그리고 스타트업 리더로서 성장하는 방법까지 담은 실용적인 가이드.
이종택's avatar
Apr 18, 2025
대기업에서 스타트업으로! 이직을 꿈꾸는 리더들의 기대와 현실

스타트업이라는 단어는 이제 낯설지 않다. 빠른 성장과 무한한 가능성을 품은 이 새로운 기업 형태는 많은 대기업 리더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장병규 의장의 "스타트업은 실패할 수 있지만, 개인은 실패하지 않을 수 있다"는 말에 많은 이들이 공감한다.

왜 대기업 리더들은 스타트업으로 향하는가?

대기업 리더들이 스타트업으로 이직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대기업에서는 특정 기능에 국한된 역할을 맡는 경우가 많지만, 스타트업에서는 더 넓은 사업 영역에서 주도적으로 실행할 기회가 주어진다. 게다가 기업의 성장에 따라 재무적 보상도 기대할 수 있다. 스타트업은 경험 많은 리더를 필요로 하고, 반대로 기성 기업 리더들은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기회를 찾는다.

필자 역시 대기업을 고객사로 두는 전략 컨설팅펌에서 근무하다가, 극초기 스타트업으로 이직했는데, 그 동인은 딱 세 가지였다.

✔️ 새로운 환경에 대한 호기심: 지금 아니면 언제 도전해보겠어?

✔️ 이 팀이 푸는 문제가 정말 재미있어 보인다! (사람의 마음을 기술로 해결한다고?)

✔️ 이 팀/창업자라면 (중간에 어려움이 있더라도) 뭐라도 해내겠다.

스타트업 리더, 기대와 현실 사이

스타트업에 합류할 때 리더들은 몇 가지 기대를 품는다. 실제 대기업 재직자가 스타트업으로의 이직을 꿈꾸는 이유는 자율성과 성장, 그리고 더 큰 책임과 영향력 등이라는 조사결과 도 있다.

스타트업으로 이직하는 이유, 스타트업 이직 사유
대기업 재직자가 스타트업 이직을 고려하는 이유: 스타트업 트렌드 리포트 2024 발췌

필자 역시 극초기 스타트업의 리더 포지션으로 이직하면서 이와 유사한 기대를 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전혀 다른 생태계에서, 전혀 다른 생리를 가진 조직에서 정말 뼈저리게 한계를 부딪혔다. 그렇다면 무엇이 달랐을까?

1. 자신의 분석력과 네트워크로 기여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

분석력과 체계적인 프로세스는 분명 스타트업에 가치를 더한다. 입사 2주만에 맥킨지(McKinsey) 스타일 장표로 팀워크샵을 진행하면서, 팀원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고 설득하는 것이 의미있다고 생각했다. 더불어, 체계가 없이 돌아가는 조직에서 시스템과 체계를 조금씩 잡아가며 불필요한 비효율을 줄여갈 수 있었다. 기존 네트워크도 분명히 도움이 된다. 다만 전 직장 동료, 전 직장 고객이 다른 세팅에서 나의 고객이 되기는 쉽지 않다는 점을 깨달았다.

2. 더 나은 워라밸? 완벽히 기대와 달랐다

작은 조직의 리더로 갈수록 해야 할 일이 더 많고 책임도 더 크다. 기혼자의 경우 가정에서의 역할도 있기에, 삶 자체가 더 타이트해진다. 마치 회사와 가정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는 것과 같았다. 단, 약간의 희망을 주자면, 내가 내 역할을 다 하고 성과를 낸다는 가정 하에 시간 활용의 유연성은 상대적으로 높았다. 회사에 얽매이지 않고 일과 가정의 균형을 찾는 것이 가능했던 것이다.

가족과 업무사이에 스타트업 리더의 균형
어느 날 밤 아내와의 카톡. 가정과 회사의 밸런스를 맞추는건 누구나 어렵지만, 특히 스타트업의 리더는 더 어려울수 있다

3. 높은 자율성은 양날의 검

자율성은 확실히 높다. 하지만 이건 양날의 검이다. 특히 일을 좋아하는 사람일수록, 성과에 대한 책임감이 강한 사람일수록, 스스로 업무의 경계를 설정하지 않으면 일이 끝없이 이어지며 일과 삶의 경계가 희미해진다. 스탭조직/advisory역할을 하던 과거의 나에게는 스토리라인과 분석으로 뒷받침되는 '결론'이 중요했다면, 스타트업에서는 실행 중심의 '결과'가 치명적으로 중요했다.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해서 '너 마음대로 해봐'라고 하는 것이 더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원래 open-book exam이 더 까다롭다는 사실을 간과했다.

4. 다양한 직군과 일하는 즐거움과 도전

평소에 같이 일해보지 못한 다양한 직군(예: 퍼포먼스 마케터, 개발자, 디자이너 등)과 일하는 건 상당히 재미있는 경험이다. 문제는, 직군의 차이가 아니라 '일에 대한 관점'의 차이에서 온다.

특히, 전직장에서는 나의 팀원들은 '내가 다 해본 일이거나 답을 알고 있는 일'을 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스타트업에서는 내가 리더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전혀 모르는 영역(예: 프로덕트, 개발, 디자인 등)의 팀원들을 이끌어야 했다. '가르쳐주는 리더십'에 익숙하던 내가, '프로덕트도 만들어본 적 없으면서'라는 생각을 가질 수 있는 팀원들과 소통하는 과정은 그야말로 갈등과 충돌의 연속이었다.

스타트업 리더가 처음인 사람이 겪는 피드백
당시 대표님께 받았던 피드백 메모. 저 도끼 이모지가 당시 나에 대한 심정을 대변하는듯 하다

스타트업에 필요한 다른 종류의 리더십

당연하게도, 스타트업에서의 리더십은 대기업과 다른 접근을 요구한다. 리더는 성과를 이끄는 사람이자 롤모델이 되어야 하는데, 나는 개발자/프로덕트디자이너/마케터가 아니라 시장/경쟁사 분석을 통해 전략을 만드는 사람이었다. 물론 작은 조직에서 리더라는 사람이 한 개의 좁고 뾰족한 역할만 하는 건 불가능하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1. '과업'이 아니라 '과업을 이끄는 사람'을 이끌자

내가 답을 알 필요는 없다. 하지만 건전한 상식으로 thought partner가 되어주고, 좋은 질문을 던지는 것이 중요하다.

흔히 기성 조직(대기업 등)에서 나름 인정을 받던 리더들이 범하는 오류는, 내가 그 직군을 '티칭'하겠다고 그 직군에 대해서 무작정 공부하는 것이다 (예: '개발을 공부해서 리딩하겠어!') 물론 업무를 위한 기본적인 지식은 필수적이고, 팀의 상황에 따라서 어느 정도는 필요할 수 있으나, 리더의 시간을 그렇게 쓰는 건 효율적이지 못하다.

Harvard Business Review의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상황에서 성공적인 리더는 '지시'보다 '코칭'에 중점을 두는 리더십 스타일을 채택한다고 한다. 팀의 일을 대신하려 하지 말고, 팀원들이 일을 잘할 수 있도록 좋은 질문과 가이드를 던지고 적절한 푸시와 동기부여를 병행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리더의 유형, 코치형 리더
팀의 일을 대신하려 하지말고, 팀원들이 일을 잘할수 있도록 좋은 질문과 가이드를 던지자

2. 단순하지만, 더 자주 소통하고 붙어있기

단순하고 원시적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더 자주 소통하고 대면하여 일하는 것은 두 가지 효과가 있다. 첫째로, 인간적 라포 빌딩을 통해 신뢰를 쌓기 시작한다. 둘째로, 서로 어떤 일을 하는지 가시성을 가지고 호흡을 맞출 수 있다.

무엇보다, 충분한 이해가 없으면 화내기 쉽다. 전 조직에서는 당연했던 것들(일을 바라보는 관점, 일에 대한 태도)가 스타트업에서는 다를 수 있다. 이런 sync를 맞추는 과정은 통과의례라고 생각하고 거쳐야 하고, 그것이 더 잦은 소통과 교류로 초반에, 빠르게, 압축적으로 진행될수록 좋다.

3. 더 솔직하고 투명하게 피드백하고, 피드백 받기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받아 메타인지를 높여야 한다. 타인의 시각을 통해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건 리더십 진단의 핵심이다. 물론 타인의 피드백이 항상 옳다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건, '이런 의견이 왜 나왔을까?'라는 질문을 해보고 gap을 이해하는 것이 첫 번째 단계가 되어야 한다.

리더다면진단, 상향피드백, 360도 피드백
필자의 업피플 다면 피드백 일부 발췌. 여러 의미로 스스로를 겸허하고, 감사하고, 또 부끄럽게 만든다.

그럼에도 스타트업 리더는 매력적인 자리이다

"너무 체계가 없어요", "팀원들이 말이 안통해요" "팀원들이 프로의식이 떨어져요" "이게 회사인가요, 동아리인가요?" 스타트업으로 이직한 경력직들이 흔히 하는 생각들이다. 더불어, 반복적인 갈등이 지속되면 '내가 여기 맞는가'하는 의구심이 들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것은 매력적이다.

조직문화핏, 웨이마크진단
나의 이단아 시절.. 하지만 대표님은 나를 '조직이 부족한 점을 채우도록' 가이드 해주셨다. 출처: 필자 웨이마크 진단

1.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할 기회

가장 큰 매력은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할 기회를 얻는다는 것이다. 구조화된 대기업 환경에서는 알기 어려웠던 자신의 강점과 약점이, 다채로운 사람들로 가득한 스타트업에서 투명하게 드러나고, 이를 어떻게 보완/활용할지를 알게 된다. 나아가, 본인이 조직에 맞지 않다고 느낀다면, 오히려 '그 조직에서 비어있는 여백을 채워준다'는 의식을 가져야 한다.

2. '유연하게 돌격하는 야생형 리더'로 성장

제한된 자원에서 성과를 낼 수 있는 '유연하게 돌격하는 야생형 리더'로 성장할 수 있다. 기존 기업들의 리더십은 다소 정제되고, 정해진 시스템과 체계를 더 강화하는 육성된 리더십이라면, 스타트업은 그야말로 조직도 나도 zero-to-one을 '나 다운' 리더십을 제대로 키울 수 있는 자극과 환경이 주어진다. '궁하면 통한다'라는 말처럼, 제약 속에서 창의적인 해결책을 찾아내는 능력이 발전하게 된다.

3. 성장에 한계가 없다

회사의 미션과 비전에 정렬되어 있다는 가정하에, 스타트업의 리더는 (물론 구성원도) 본인이 하고자 하는 흥미와 의지, 그리고 실행력만 있다면 무한정으로 성장할 수 있는 말도 안 되는 판이 깔린다. 앞서 말한 '스타트업 리더의 높은 자율성'은, 본인이 책임을 지는 부분도 있지만 동시에 성장하고 싶은 만큼, 성과를 내고 싶은 만큼 얼마든지 sky-rocketing할 수 있다.

스타트업 리더십, 팀장리더십, 리더 유형

PMF를 찾고 성장을 절박하게 목말라하는 많은 스타트업의 창업자, 리더들이 공통적으로 '내가 이런 사람인줄 몰랐어요'라고 한다. 스타트업은 사회적으로는 중요한 문제를 해결하여 공헌을 하지만, 개개인에게는 자기 이해와 성장의 기회를 주는 마법 같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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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 데이터 기반 1:1 리더십 코칭, UpPeop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