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3줄 요약
리더십의 위기는 갈등이 많아서가 아니라, 구성원이 말을 멈추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리더가 '설명'에 집중할 때 구성원은 '존중받고 있는가'를 확인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심리적 안전감은 모든 의견을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의견이 충분히 다뤄졌다고 느끼게 하는 데서 시작된다.
침묵과 신뢰의 갈림길,
사례로 살펴보는 리더의 소통법
같은 상황에서도 리더의 소통 방식에 따라 조직의 방향은 완전히 달라진다. 실제 두 조직에서 있었던 상반된 사례를 통해, 리더십이 심리적 안전감을 어떻게 살리거나 무너뜨릴 수 있는지 살펴보겠다.
사례 1. 설명이 앞선 리더
구성원 몇 명이 어렵게 불편함을 꺼냈다. 리더의 말투, 의사결정 방식, 업무 지시 과정에서 느꼈던 어려움에 대한 이야기였다. 누군가는 용기를 냈고, 또 다른 누군가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리더가 입을 열었다.
"그건 제 의도가 아니었습니다."
"여러분이 오해하신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리더의 설명은 길었다. 왜 그런 판단을 했는지, 당시 상황이 어땠는지, 조직을 위해 얼마나 애썼는지. 어쩌면 리더의 말이 맞았을 수도 있고, 구성원들이 상황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다. 억울한 마음이 드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문제는 누가 맞고 틀렸는가가 아니었다. 구성원이 원했던 건 '이야기가 받아들여졌다'는 감각이었지만, 실제로 경험한 건 '설명을 들었다'는 사실뿐이었다. 이런 패턴이 반복되면서, 구성원은 문제를 제기하는 대신 침묵하는 쪽을 택하게 되었다. 회의는 점점 조용해지고, 공개적인 충돌도 줄어들었다. 리더는 겉으로 보기에 갈등이 정리되며 팀이 안정되고 있다고 느꼈다.
그러나 갈등이 사라진 게 아니었다. 조직 안에는 서서히 보이지 않는 선이 생겼다. 리더와 가까운 사람, 그리고 그렇지 않은 사람. 가까운 이들 중 일부는 자신도 모르게 리더의 의중을 대신 전달하는 역할을 맡게 되고, 거리가 생긴 이들은 조직을 떠나는 쪽을 택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퇴사자는 늘어났고, 조직은 성과보다 관계에 에너지를 더 쓰게 되었다. 무엇이 옳은가보다 누가 말했는가가 중요해졌다.
결국 가장 큰 부담을 지는 사람은 모든 것을 통제하려 했던 리더 자신이었다. 열심히 일할수록 외로워졌고, 노력할수록 구성원과의 거리는 멀어졌다. 결국 그는 자리에서 물러났다.
사례 2. 듣기를 선택한 리더
반대의 사례도 있다. 한 조직의 리더는 높은 퇴사율 때문에 고민하고 있었다. 회사는 성장하고 있었고 인사팀도 지속적으로 인력을 충원했지만, 이상하게도 특정 조직에서만 퇴사자가 반복적으로 발생했다. 처음에는 채용의 문제라고 생각했고, 이후에는 구성원의 적응 문제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같은 일이 반복되자 그는 다른 가능성을 고민하기 시작했고, 철저한 비밀보장 하에 무기명 설문을 실시했다.
설문 결과를 확인한 그는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생산적인 의견도 있었지만 감정적인 비난도 많았고, 사실과 다르게 느껴지는 내용이나 억울하게 느껴지는 표현도 있었다. 누구라도 즉시 반박하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먼저 설명하지 않고, 대신 내용을 분류했다.
조직 성과에 치명적인 문제는 무엇인지, 그렇지 않은 문제는 무엇인지 구분했다. 그리고 후자에 해당하는 부분부터 적극적으로 개선하기 시작했다. 회의 방식을 바꾸고, 의사결정 과정을 더 투명하게 공개했으며, 구성원들이 자율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영역도 넓혔다. 모든 의견을 수용한 것은 아니었고, 모든 비판에 동의한 것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조직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구성원들은 자신들의 의견이 실제로 검토되고 있다고 느꼈다. 리더가 무조건 동의하지 않더라도, 적어도 듣고 있다는 감각. 그 변화는 예상보다 빨랐다. 퇴사율은 감소했고 조직은 안정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구성원들이 다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문제를 말하고, 아이디어를 내고, 서로 다른 의견을 토론했다. 조직은 조금 시끄러워졌지만 훨씬 건강해졌다. 시간이 지나 리더도 상위 리더로 진급했다.
왜 같은 대화에서 서로 다른 답을 하게 되는가
첫 번째 사례의 리더도 조직을 망치고 싶어서 그렇게 행동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대부분의 리더는 조직을 더 잘 운영하고 싶어 하고, 구성원을 돕고 좋은 성과를 만들고 싶어 한다. 문제는 의도와 결과가 항상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리더가 높은 책임을 맡게 되면 자연스럽게 설명하는 시간이 늘어난다. 수많은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고 구성원들이 알지 못하는 정보도 접하다 보니, 문제 제기를 들었을 때 자신도 모르게 자신을 설명하게 된다.
실제로 리더의 설명은 틀린 말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구성원이 기대하는 것은 설명이 아닐 때가 많다. 자신의 의견이 조직 안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그것이 충분히 검토되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싶어 한다.
구분 | 리더가 대답하고 있는 질문 | 구성원이 확인하려는 질문 |
|---|---|---|
대화의 목적 | 내가 틀리지 않았다는 것 | 내 말이 무시되지 않았다는 것 |
확인하려는 감정 | 억울함 해소 | 존중받고 있는지 여부 |
결국 문제는 설명의 양이 아니라 순서다. 충분히 듣기 전에 설명이 시작되면 구성원은 방어로 받아들일 수 있다. 반대로 자신의 의견이 충분히 다뤄졌다고 느끼면,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수용하는 경우가 많다.
조직심리학에서는 이를 절차적 공정성이라고 설명한다. 결과가 기대와 다르더라도 의사결정 과정이 공정했다고 느끼면 조직에 대한 신뢰는 유지되지만, 결과가 나쁘지 않더라도 자신의 의견이 배제되었다고 느끼면 불만은 오히려 커질 수 있다.
심리적 안전감이란,
갈등이 없는 게 아니라 말할 수 있는 것
건강한 조직은 갈등이 없는 조직이 아니라, 갈등을 이야기할 수 있는 조직이다. 첫 번째 사례에서 사라진 것은 갈등이 아니라 안전감이었다. 사람들은 의견을 내는 대신 침묵을 선택했고, 그 침묵은 생각보다 많은 비용을 만든다.
문제를 발견한 사람이 말하지 않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린 사람이 제안하지 않고, 위험 신호를 감지한 사람이 침묵하게 된다. 조직이 약해지는 이유는 늘 잘못된 결정 때문만은 아니다. 필요한 순간에 아무도 말하지 않는 것 때문이기도 하다.
만화 <송곳>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사람들은 옳은 사람의 말을 듣지 않아. 좋아하는 사람의 말을 듣지.
과장처럼 들릴 수 있지만, 조직 현장에서는 낯설지 않은 이야기이다. 구성원이 리더를 따르는 이유는 리더가 항상 정답을 말해서가 아니라, 신뢰하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그리고 그 신뢰는 자신의 의견이 존중받고 있다는 경험에서 쌓인다.
심리적 안전감, 국내 연구는 무엇을 말하는가
국내 조직심리학 연구들도 리더의 지지적 태도와 구성원의 심리적 상태 사이의 연관성을 일관되게 보고하고 있다.
연구 | 핵심 결론 |
|---|---|
김민경·신제구 (2017) | 구성원의 평가 염려·완벽주의 성향이 높을수록 직무열의는 낮아지고 소진은 높아지는 경향. 리더의 사회적 지지가 이 부정적 영향을 완화 |
홍성훈·박헌재 (2019) | 리더의 지원이 구성원의 직무만족도를 높이는 데 유의미하게 작용 |
이은순·류시원 (2017) | 공감 리더십과 지지적인 업무환경이 직무만족 및 조직 적응에 긍정적 영향 |
세 연구가 모두 공통적으로 가리키는 지점은 하나이다. 리더가 얼마나 정확한 지시를 내리는가보다, 구성원을 얼마나 지지하고 있다고 느끼게 하는가가 조직의 몰입도를 좌우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것이 리더가 모든 의견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구성원의 말이 항상 옳은 것도 아니고, 조직의 방향성을 고려할 때 수용하기 어려운 의견도 존재한다. 중요한 것은 의견을 채택했는가가 아니라 의견을 어떻게 다루었는가다. 설령 받아들일 수 없는 의견이라도 충분히 검토되었다는 경험은 남을 수 있다. 반대로 좋은 의견이라도 무시당했다는 경험은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
리더라면, 지금 스스로에게 던져볼 질문
리더십은 때때로 어려운 선택의 연속이다. 누군가를 실망시켜야 할 때도 있고, 구성원이 반대하는 결정을 내려야 할 때도 있다. 그래서 좋은 리더란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는 사람이 아니다. 다만 구성원들이 안전하게 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사람에 가깝다.
조직을 무너뜨리는 것은 갈등 자체가 아니라 갈등을 말할 수 없게 되는 순간이다. 회의가 조용하다고 해서 조직이 건강한 것은 아니다. 구성원들이 동의해서 침묵하는 것인지, 포기해서 침묵하는 것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어쩌면 조직의 가장 위험한 신호는 반대 의견이 많은 상황이 아니라, 아무도 반대 의견을 말하지 않는 상황일 수 있다.
리더는 가끔 스스로에게 질문해볼 필요가 있다. 나는 지금 듣고 있는가. 아니면 설명하고 있는가. 그 질문 하나가 조직의 미래를 바꿀 수도 있다.
김정석 | 조직·리더십 코치
대기업 10년의 현장 실무 경험과 심리학 박사로서의 깊이 있는 전문성을 결합하여 리더와 조직의 변화를 이끄는 코칭 전문가
『직장 10년, 회사를 떠납니다』 저자 / 한국코치협회 KPC 인증 코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