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 육성으로 배우는 팀장 리더십
콘텐츠 3줄 요약
진정한 팀장 리더십은 신입 육성 과정에서 가장 명확하게 드러납니다
단기 효율성과 장기 성장 사이의 균형을 잡는 것이 팀장 리더십의 핵심입니다
팀장의 신입 교육 방식이 조직 전체의 리더십 문화와 미래를 결정합니다
신입 육성, 나도 처음엔 미숙한 팀원이었다
중간관리자로서 팀장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는 순간, 누구나 한 번쯤 이런 고민을 해본다. "내가 하면 30분인데 신입을 시키면 2시간일텐데…어쩌지?"
몇 년 전, 한 금융 보험업계 고객사의 턴어라운드 전략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기억이 있다. 보험에 대해 전혀 몰랐던 나는 프로젝트 전 간단한 리서치와 스터디를 하며 시작했고, 진행 중에도 끊임없이 공부하며 답을 찾아갔다. 수익성 모델링 작업을 맡았는데, 복잡한 계산에 스텝이 꼬여 고전하는 나를 보고 나의 팀장 P는 심한 감기로 병원에서 링거를 맞으면서도 원격으로 통화를 하며 내 모델을 함께 수정해줬다. (한참을 통화를 하니 간호사가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라고 말하는것 까지 들렸다 🥲)
이후 가격 민감도 분석 단계로 넘어가며 매출 시나리오를 짜야 했는데, 내가 설계한 모델 구조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다. 끙끙대던 중 프로젝트의 부파트너 K가 나서서 차근차근 도와줬다. 핀잔을 주기도, 혼내기도, 칭찬하기도 하면서, 저녁 약속을 가기 전에 10분을 도와준다는것이 30분, 1시간, 2시간이 되었고, 결국 약속을 취소하고 나를 도와주었다. 이것이 내가 느낀 팀장 리더십이었다.
팀장이 됐을 때, 신입 팀원과의 동행
시간이 흘러 내가 팀장이 됐을 때, 엑셀도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신입 애널리스트가 팀에 합류했다. 당시 나는 4~5개 서브팀을 총괄하며 매출과 비용 절감의 임팩트를 모니터링하고, 고객사와 소통하며 병목현상이 생기면 같이 해결해주는 역할을 맡고 있었다. 그런데 이 신입은 논리적 사고는 뛰어났지만 실무는 완전 백지 상태였다.
해당 신입의 전임자였던 인도인 애널리스트에게 인수인계를 받을 때, 나는 내가 직접 할 것처럼 모든 걸 세세히 들었다. 신입이 한 번에 이해하기는 어려웠고, 러닝 커브가 올라갈 때까지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인도인 애널리스트로부터 인수인계 후 신입에게 "뭐 배웠어?"라고 물어보니, "인수인계는 이렇게 받아야 하는구나를 배웠습니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웃음이 터졌지만, 이 친구를 어떻게 키워야 할지 고민이 깊어졌다. 😆
초반에는 모든걸 하나하나 확인하며 가르쳤지만, 이것이 몇번 반복되자 결국 이 친구는 내가 손을 잡아주지 않아도 스스로 두 발 자전거를 타듯 업무를 해내기 시작했고 나도 점점 손을 떼게 됐다. 마치 자식 키우는 부모의 마음이 이런 걸까?
시간이 없다면? 리더의 선택과 데이터가 말하는 것
구성원 육성을 위한 리더의 시간투자는 단기적인 OPEX가 아니라, 장기적인 CAPEX개념의 투자로 생각하는것이 맞다. 더불어 단순한 역량의 신장 뿐만 아니라, 구성원의 몰입도에도 영향을 준다. 연구에 따르면, 구성원들은 리더/조직이 자신에게 신경쓴다고 느낄때, 직원은 조직에 대한 의무감, 성과(생산성), 그리고 자발적 협력 행동에서 긍정적인 영향으로 나타난다. 지금 내가 사용하는 2시간이, 이 신입에게 역량화되어 근 미래에 나의 200시간을 아껴줄수 있다는 것을 잊어선 안된다.
그렇다면 신입을 키울 시간이 도저히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사실 정답은 없다. 누군가는 "채용을 잘해야 한다"고 하고, 또 다른 이는 "할 수 있는 일만 맡겨라"거나 "빨리 내보내라"고 조언한다. 리더의 판단은 결국 개인 상황과 가치관에 따라 달라진다. 다만, 해당 직원이 충분한 성장 의지를 보이고, 회사의 인재상/핵심가치에 맞는 인재라면, 리더의 시간 투자는 아깝지 않을 것이고, 또 리더의 역할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들은 왜 내게, 그리고 나는 왜 신입에게 시간을 썼을까?
돌이켜보면, 리더들이 나에게 시간을 쓴 이유와 내가 신입에게 시간을 쓴 이유에는 공통점이 있다.
성과를 내야 한다.
이러나 저러나, 성과는 내야 하고 일의 결과는 나와야 한다. 내가 지금 다른 더 중요한 일이 있거나, 당장 시간을 할애 할수 있다면, 그리고 계속 내가 그 일을 안고갈게 아니라면 이번 기회에 성장의 기회를 줘보는 것이 좋다.
구성원에 대한 믿음과 잠재력에 대한 기대가 있다.
나에게 농담으로 '바보'라고 하기도 했지만, 정말 내가 바보였다면 시간을 들여 나를 가르치지 않았을 것이고, 이는 내가 팀장이 되어서도 똑같다. 이만큼 시간을 넣으면, 그만큼 성장을 하리라는 믿음 또는 근거가 있었기 때문이다.
팀원의 좋은 태도.
나의 상사들이 나를 어떻게 평가했는지는 모르지만, 내가 팀장이 되니 태도를 무시할수가 없다. 아무리 내가 퍼주고 가르쳐주려고 해도, 그것을 적극적으로 흡수하려는 팀원들에게 조금더 눈길이 가고, 나 역시도 리더로서 효용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특히 태도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기억하자. 성장을 원한다면 태도는 그 기회의 문을 여는 열쇠다!)
신임 팀장 리더십, 성과와 성장의 균형 찾기
결론적으로, 리더의 가장 큰 책임은 두 가지다. 팀의 성과를 내는 것과 구성원의 성장을 통해 조직 역량을 키우는 것. 물론 구성원의 성장은 쌍방향이다. 의지와 잠재력을 갖춘 팀원이라면 성장의 기회가 주어질 것이지만, 그 기준이 조직과 맞지 않다면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 리더로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팀원을 키우는 과정이 쉽지 않더라도 조직과 개인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리더 스스로가 원하는 팀원의 성장방향 뿐만 아니라, 조직에서 원하는 팀원의 성장 방향 (핵심가치, 또는 인재상)을 잊지 않고, 팀원의 장점과 보완점을 빠르게 파악하고 투명하게 피드백을 주어야 한다.
한 가지 더. 모든 구성원은 리더를 보고 성장한다. 단순히 롤모델링이 아니다. 지금 당신이 팀원에게 투자하는 시간, 보여주는 모습이, 당신을 바라보는 구성원들의 미래, 조금 더 과장하자면 그 구성원들이 이루는 조직의 미래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생각하며,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길 바란다.
후일담
위에서 나를 어르고 달래며 모델링을 가르쳐주던 부파트너는 결국 밤 늦게 집으로 향했고, 나도 퇴근하여 집에 도착하니 자정이 넘은 시간이었다. 사실 나도 그때까지만 해도 완벽히 이해를 한건 아니었다. 그런데 계속 고민을 하다보니 죽으라는 법은 없다고, 집에 도착하여 샤워를 하다가 '유레카!' 모먼트가 왔다. 급히 샤워를 마치고 나와 새벽 2시까지 해당 모델을 정리하고 부파트너 K에게 정리된 결과물을 보이며 '이제 이해되었습니다. 오늘 정말 많이 배웠습니다. 감사합니다.' 라고 메일을 써서 보내고 취침하던 밤의 개운함은, 지금도 잊을수가 없다. 부파트너 K는 이후 파트너 승진을 거쳐, 현재는 모 중견기업의 최고 경영진으로 계시며 아직도 몇달에 한번씩 만나 나에게 지혜를 주시곤 한다:)
모든 팀장은 고민한다. '내가 할까, 아니면 이 천둥벌거숭이를 가르쳐서 시킬까…' 하지만 그 고민과 선택의 순간들이 쌓여서 우리 조직의 문화가 되고, 팀장 리더십의 진짜 모습이 드러나는 것이다.
이종택 CSO
맥킨지에서 4년간 사업전략, 턴어라운드, 운영효율성 개선,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프로젝트를 수행했으며, Kellogg School of Management에서 2년간 학업했습니다.
현재 리더십 솔루션 스타트업 포티파이에서 기업의 피플 리더십 문제를 기술과 심리 전문성으로 해결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