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의 불안 극복, 잘 모르는 영역을 리드하는 법
콘텐츠 3줄 요약
잘 모르는 영역을 맡은 리더의 불안은 자연스럽지만, 방치하면 조직이 흔들린다
상식 기반 기대치 설정, 전문가 협업, 나만의 이사회로 합리적 판단 기준을 만든다
리더십은 모든 답을 아는 게 아니라 집단 지성을 끌어내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내가 잘 모른다는 불안의 시작
리더라면 누구나 자신이 잘 아는 영역과 잘 모르는 영역을 동시에 안고 갑니다. 특히 비개발 출신 리더가 개발팀을 맡게 되면 자주 이런 고민에 부딪혀요. "어느 정도의 속도와 완성도를 요구해야 하지?" 이 질문 앞에서 리더는 종종 두 극단으로 흐릅니다.
불확실해서 아예 요구를 하지 못하거나
근거 없이 과도한 속도를 밀어붙이는 것
결국 이 반응은 "나는 잘 모르니까…"라는 불안에서 비롯됩니다.
이번 글은 리더의 착각 3부작 시리즈 마지막 이야기로, "네임드 채용의 함정", "내가 제일 잘한다는 착각"에 이어 "내가 잘 모른다는 불안"을 다룹니다.
해법 1. 상식에서 출발하는 기대치 설정
모르는 영역일수록 기준은 '상식'에서 찾아야 합니다. 조직에서 시간은 곧 돈이고, 자원은 언제나 제한적이잖아요. 따라서 기대치는 주어진 시간과 자원 안에서 합리적으로 가능한 수준을 역산해 설정해야 합니다.
스타트업의 경우: 런웨이 기반 역산
예를 들어 스타트업이라면 런웨이(투자금으로 버틸 수 있는 기간)가 1년 남았을 때 이렇게 물어볼 수 있어요.
"남은 1년 동안 몇 번의 유효한 시도를 해야 충분히 해봤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 횟수가 정해지면, 필요한 속도와 범위를 거꾸로 계산해 기대치를 정하면 됩니다.
리더가 스스로에게 던질 질문들
✅ "우리 고객에게 가치를 줄 수 있는 새로운 기능/서비스는 앞으로 1년 안에 몇 개나 검증해봐야 할까?"
✅ "만약 지금 전략이 틀렸다면, 최소 몇 번의 실험을 통해 다른 옵션을 확인해야 안심할 수 있을까?"
✅ "연말 회고 시 '우리가 충분히 해봤다'고 말하려면 어떤 결과물이 몇 개쯤 나와 있어야 할까?"
대기업의 경우: 경영계획 기반
대기업이라면 매년 수립하는 경영계획과 예산 배분 과정이 같은 역할을 합니다. 각 부서에 목표와 자원을 할당할 때, 언제까지 무엇을 해결해야 목표 달성이 가능한지를 역산하는 식이죠. 리더가 모르는 분야라 해도 숫자와 시간 단위를 기준 삼으면 합리적인 요구치를 도출할 수 있어요. 즉, 기대치는 모호한 '느낌'이 아니라 시간과 자원이라는 객관적 제약 조건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거예요.
해법 2. 짧은 협업과 외부 지혜의 승화
모르는 영역일수록, 그 분야에서 이미 성과를 내본 사람과 짧게라도 협업하는 것이 큰 힘이 됩니다. 꼭 정식 고용일 필요는 없어요. 외부 코치일 수도 있고, 다른 산업에서 성공 경험을 가진 리더일 수도 있습니다. 실제 사례로 어느 AI 메디컬 스타트업에서 의사 출신 리더가 제품 조직을 맡게 되었습니다. 상황은 아래와 같았어요.
제품 개발의 "적정 속도"가 어떤 수준인지 감을 잡지 못함
PO, 개발자, 디자이너에게 "알아서 해보라"고 맡김
속도가 더디다고 느껴질 때마다 "너무 느린 것 아닌가?" 불안감 증폭
때로는 근거 없이 "속도를 더 올려라"는 압박만 반복
이때 외부에서 제품 전문가 한 명이 2개월간 파트타임으로 합류했습니다. 시장에서 성공적인 제품을 여러 차례 만들어본 경험이 있는 분이었어요. 합류 직후 한 달 동안 제품팀의 일하는 방식을 면밀히 살핀 결과, 팀 전체가 문제가 아니라 메디컬 전문 지식이 없는 PO에 병목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시장과 고객에 임팩트가 부족한 가설 수립이 빈번함
모호한 방향성으로 인해 개발자들이 비즈니스 로직을 이해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림
그리고 이 전문가가 제공한 가치는 단순한 피드백이 아니었어요.
✅ 비교 기준 제공
"이 속도는 업계 평균에 미치진 못합니다"
✅ 구체적 원인 분석
"병목은 전문성이 없는 PO에 기인합니다"
✅ 업계 프랙티스 제시
"이 경우 타 기업에서는 전문가 출신 PO를 세우거나, 전략 주체(전문가 집단)와 실행 주체(PO)를 명확하게 구분하여 업무를 수행합니다"
리더의 통찰과 실행
리더는 전문가의 조언을 통해 막연한 불안에서 벗어나, 병목을 명확하게 인지한 다음, "전문 지식의 유통 구조를 고쳐야 하는구나"라는 자신만의 통찰을 도출했어요.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전문가의 말을 곧이곧대로 따르기보단, 그 안에서 아이디어를 착안해 조직의 상황에 맞게 변형했다는 점입니다.
타사의 방식을 무작정 적용하지 않음
전문가 집단의 domain knowledge가 제품 조직에 스며들 수 있도록 제품 조직으로 전문가를 파견하는 방식으로 조직도 변경
전문성이 없는 PO를 불필요하게 압박하는 대신 실질적인 프로세스 개선에 집중
결과
팀은 각자의 강점을 극대화하며 안정과 속도를 점차 회복할 수 있었습니다.
해법 3. 나만의 이사회 만들기
리더가 잘 모르는 영역에서 혼자 불안에 휘둘리기보다는 나만의 이사회(Board of Advisors)를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링크드인만 봐도 비슷한 상황을 겪고 극복해낸 선배 리더들이 많아요. 의외로 많은 분들이 pay it forward 정신으로 기꺼이 시간을 내주기 때문에 용기를 내어 도움을 요청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꼭 정기적인 자문위원회일 필요는 없어요. 한 달에 한 번, 분기에 한 번 짧은 티타임이나 커피챗으로 "이 상황에서 내가 놓치고 있는 건 무엇일까?"를 묻는 것만으로도 사고의 폭이 넓어집니다.
비교와 벤치마킹
"이 문제를 다른 업계에서는 어떻게 풀었나요?"
"이 속도가 업계 평균 대비 빠른가요, 느린가요?"
기대치 점검
"제가 지금 과소(또는 과대) 요구하고 있는 부분은 무엇일까요?"
"저희 팀이 제대로 일하고 있다는 근거는 무엇이 있을까요?"
리스크 발견
"제가 놓치고 있는 리스크는 무엇인가요?"
외부의 지혜는 리더의 판단을 대신하는 것이 아닙니다. 리더가 합리적인 사고를 이어갈 수 있도록 지지와 균형을 더해주는 장치예요.
불안을 자산으로 전환하는 리더십
"내가 잘 모른다"는 불안은 자연스러운 감정입니다. 그러나 그 불안을 방치하거나 과잉 보상하려 들면, 결국 조직 전체가 흔들려요. 불안을 자산으로 만드는 3가지 방법은 이렇습니다. 이 세 가지가 합쳐질 때, 리더는 불안을 자산으로 전환할 수 있습니다.
✅ 상식에서 출발한 기대치 설정
✅ 코치 또는 전문가와의 짧은 협업과 외부 지혜의 승화
✅ 나만의 이사회 구축
리더의 착각 3부작을 마치며
착각 유형 | 핵심 문제 | 해결 방향 |
---|---|---|
외부의 화려한 타이틀 과신 | 내부 인재 믿고 키우기 | |
스스로만이 답을 안다고 믿음 | 사고 과정 나누고 위임하기 | |
내가 잘 모른다는 불안 | 잘 모른다는 불안에 갇힘 | 외부 지혜를 균형있게 끌어들이기 |
세 가지 모두 리더를 고립시키고, 조직의 성장 속도를 늦추는 요인입니다. 하지만 이 함정을 의식적으로 경계하고, 내부 인재를 믿고, 사고 과정을 나누고, 외부 지혜를 균형 있게 끌어들일 때 조직은 더 단단하고 빠르게 성장할 수 있어요. 결국 리더십은 모든 답을 혼자 아는 것이 아니라, 집단 지성을 끌어내고 증폭시키는 구조를 만드는 힘에서 완성됩니다.
한번 체크해보세요
✅ 잘 모르는 분야에서 기대치를 제대로 설정하지 못하고 있나요?
✅ 불안감 때문에 과도하게 압박하거나 아예 방치하고 있진 않나요?
✅ 해당 분야의 전문가나 경험자에게 조언을 구한 적이 있나요?
✅ 나만의 이사회 역할을 해줄 수 있는 멘토가 있나요?
만약 이 중에서 "아니오"라는 항목이 있다면, 오늘부터 작은 시도를 해보세요. 불안을 인정하는 것부터가 성장의 시작입니다. 혼자 모든 걸 알 필요는 없어요. 적절한 도움을 구하고, 합리적인 기준을 만들어가는 것. 그것이 바로 현명한 리더의 모습입니다.
김유리 업피플 리더십 코치
토스, 쿠팡, 애플, 삼성전자, SK텔레콤, 티맵모빌리티 등에서 제품 개발과 조직 리더십을 경험했고, 베이스벤처스에서 스타트업의 성장을 돕는 어드바이저로 활동했습니다.
현재는 포티파이에서 업피플 리더십 코치로 일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