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칭 리더십, 우리가 알던 것과 다르다
"리더는 답을 주지 않고 질문을 던진다."
코칭 리더십을 설명할 때 흔히 듣는 말입니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현장에서 코칭 리더십이 실제로 작동하는 모습을 보면 우리가 아는 것과는 조금 다릅니다.
좋은 질문은 단순히 상대의 사고를 넓히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당연하게 믿고 있는 기준 자체를 흔들고, 더 본질적인 질문으로 시선을 돌리게 합니다. 바로 그 순간, 일의 속도와 실행 방식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코칭 리더십 케이스 1.
실험 속도를 10배 단축시킨 질문
얼마 전, 한 PM이 제게 물었습니다. ‘유리님, 보통 MVP(최소 기능 제품) 기획부터 실험 개시까지 얼마나 걸리나요?’ 평범한 질문처럼 들렸지만, 그는 이미 나름의 답을 정해두고 있었습니다. ‘2주 정도 잡으면 되겠죠?’ 하고 말이죠.
2주라는 숫자는 대체 어디서 온 걸까요? PM에게 물어보니, 애자일 관련 자료에서 2주 스프린트가 업계의 기본값처럼 소개되는 것을 보고 자연스럽게 빌려온 숫자였습니다. 그 숫자가 지금 우리 상황에 빠른 건지 느린 건지, 충분한지 부족한지 판단할 명확한 기준도 없이 그저 관성적으로 가져온 숫자였던 겁니다. 여기서 저는 PM에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필자: 이번 MVP의 목적이 정확히 무엇인가요? 완성도 높은 제품을 만드는 건가요, 아니면 가설을 검증하는 실험인가요?
PM: 사실 이번에는 완성도 높은 제품이 필요한 건 아니고요. 일단 초기 유저 반응만 보면 됩니다.
필자: 그럼 유저 반응을 보려면 무엇이 꼭 필요할까요?
PM: 음... 랜딩 페이지, 회원가입, 결제 시스템, 그리고...
필자: 유저 반응을 '보는' 게 목적이라면 그게 다 필요할까요?
PM: 아... 랜딩 페이지만 있어도 클릭률이나 관심도는 볼 수 있겠네요.
필자: 그럼 랜딩 페이지 하나를 만드는 데 2주가 필요할까요?
PM: 디자인 하루, 개발 하루... 아뇨, 노코드 툴을 쓰면 하루 만에도 되겠는데요?
저는 한 번도 하루 안에 해내라고 지시하거나 답을 준 적이 없습니다. 그저 질문을 던졌을 뿐인데, PM 스스로 2주라는 시간을 하루로 단축했습니다.
누군가는 이 장면을 ‘업무 타임라인 조정’ 정도로 볼지 모릅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낡은 사고의 기준이 깨지는 결정적 순간이었습니다. '2주'는 업계 평균에서 맹목적으로 가져온 숫자였고, '하루'는 가설 검증이라는 일의 본질에서 도출해 낸 진짜 숫자였습니다. 같은 일이라도 전제가 바뀌니 속도가 10배나 빨라진 것입니다.
당연한 기준이 팀을 느리게 만든다
어느 조직에나 구성원들이 암묵적으로 받아들이는 기준들이 있습니다.
기획은 최소 2주는 잡아야지.
신입사원은 6개월은 지나야 성과를 낼 수 있어.
중요한 안건이니까 회의는 1시간은 해야 해.
A/B 테스트는 최소 2주는 돌려야 유의미한 결과가 나와.
이런 기준들은 누군가 명시적으로 정한 규칙이 아닙니다. 다들 그렇게 하니까, 업계 표준이니까, 이 정도면 안전하니까, 라며 자연스럽게 스며든 것들입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아무도 의심하지 않는 굳건한 전제가 되어버립니다.
문제는 이런 기준들이 누군가의 최고 성과를 기준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평균적이고 타협적인 ‘안전지대’에서 만들어진다는 점입니다. 앞선 PM의 '2주'가 정확히 그랬습니다. 애자일 교과서에 나오는 평균적인 스프린트 기간이었을 뿐, 해당 실험의 본질에서 도출된 숫자가 아니었습니다.
코칭 리더십을 발휘하는 리더는 바로 이 지점에서 두 가지 방향의 질문을 던집니다. 기준의 근거를 자각시키는 질문과, 본질로 돌아가게 만드는 질문입니다.
기준을 흔드는 질문 | 본질로 돌아가는 질문 |
|---|---|
왜 하필 '2주'인가요? | 정말 그 요소들이 다 필요한가요? |
그 기준은 어디서 왔나요? | 최소한으로 줄이면 무엇이 남나요? |
우리 팀의 현재 상황에 맞는 기준인가요? | 목적 달성을 위해 구체적으로 무엇이 필요한가요? |
많은 사람이 코칭을 ‘어떻게 생각하세요?’와 같은 막연한 열린 질문을 던지는 것으로 오해합니다. 하지만 현장에서 강력하게 작동하는 코칭 리더십은 다릅니다. 당연했던 전제를 흔들고, 일의 본질을 파고드는 질문을 던집니다. 그 질문을 마주하는 순간, 절대 불가능하다고 믿었던 일들이 생각해볼 만한 일로 바뀝니다.
코칭 리더십 케이스 2.
‘내가 직접 해야 한다’는 믿음을 흔든 질문
한 글로벌 기술 기업의 HRD 조직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조직을 이끌던 임원 A씨는 CHRO(최고인사책임자) 산하에서 두터운 신뢰를 받는 리더였습니다. 교육 프로그램 설계와 실행 능력이 뛰어났고, 중요한 프로젝트에는 직접 뛰어들어 문제를 해결하는 탁월한 실행력도 갖추고 있었습니다.
다만 그의 리더십 스타일은 전형적인 실무자(Individual Contributor)형에 가까웠습니다.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으면 팀원에게 온전히 맡기기보다 본인이 직접 해결해야 직성이 풀렸습니다. 역량이 아직 궤도에 오르지 못한 팀장의 공백을 A씨가 몸으로 때우며 메우는 구조가 반복되었습니다. 겉보기엔 조직이 잘 굴러가는 듯했지만, 사실상 A씨 한 사람이 거대한 시스템처럼 작동하는 위태로운 구조였습니다.
CHRO는 이 상황을 정확히 꿰뚫어 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A씨에게 ‘권한을 위임하세요’라거나 ‘마이크로매니징을 멈추세요’ 같은 뻔한 잔소리는 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완전히 다른 접근 방식을 택했습니다.
CHRO: 만약 HRD뿐만 아니라 조직문화와 노무 영역까지 모두 총괄하셔야 한다면, 지금 일하시는 방식 그대로 감당하실 수 있겠습니까?
A씨: 불가능합니다. 솔직히 지금도 HRD 하나만으로 벅찹니다.
CHRO: 왜 불가능할까요?
A씨: 제가 모든 실무를 직접 다 챙기고 있으니까요. 팀장이 놓치는 부분을 제가 다시 확인하고, 결과물의 디테일도 제가 다 다듬어야 하거든요.
CHRO: 만약 그렇게 직접 개입하지 않으시면 어떻게 되나요?
A씨: 그럼... 아무래도 퀄리티가 떨어지지 않을까요?
CHRO: 정말 그럴까요? 아니면, A씨가 매번 개입해서 해결해 주니까 팀장이 끝까지 스스로 책임지지 않는 걸까요?
A씨: ...아, 듣고 보니 후자일 수도 있겠네요.
CHRO: 다시 여쭤보겠습니다. 만약 조직문화와 노무까지 맡으셔야 한다면, 지금처럼 모든 걸 직접 챙기실 수 있겠습니까?
A씨: 절대 불가능하죠.
CHRO: 그렇다면, 이제 어떻게 일하셔야 할까요?
A씨는 한참을 골똘히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습니다.
“조직 구조를 바꿔야겠네요. 팀장 혼자서 역량이 부족하다면... 실행력이 뛰어난 실무자와 팀장을 아예 페어(Pair)로 묶어보면 어떨까요? 공식적인 조직도 자체를 바꾸진 않고요.”
평소 CHRO는 ‘Aim high and find a way’를 뚜렷한 철학으로 내세워 왔습니다. 먼저 기준을 높게 세우고, 그것을 달성할 방법은 당사자가 직접 찾게 만든다는 뜻입니다. 이 대화에서도 CHRO는 결코 답을 주지 않았습니다. 팀장과 실무자를 페어링 하라고 지시하지도 않았습니다. 그저 A씨가 무의식중에 당연하게 껴안고 있던 전제, ‘결국 내가 직접 다 해야 한다’는 기준을 흔드는 질문을 던졌을 뿐입니다. 그리고 A씨는 스스로 조직의 구조를 재설계해 냈습니다.
코칭 리더십은 전제를 흔드는 리더십이다
위 2가지 일화에는 명확한 공통점이 있습니다. 진짜 문제는 구성원의 역량 부족이 아닌, 아무런 의심 없이 받아들이고 있던 '당연한 기준'이었다는 사실입니다. 2주라는 관성적인 일정도, 리더의 습관적인 마이크로매니징도 그저 누군가 한 번도 그 기준을 흔드는 질문을 던지지 않았기에 오래도록 유지되었을 뿐입니다.
코칭 리더십은 부드러운 미소와 질문으로 팀원의 기분을 맞춰주는 것이 아닙니다. 팀원이 관성적으로 의존하던 기준을 도마 위에 올리고, 일의 본질에서부터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치열한 리더십입니다.
전제를 흔들고, 본질을 묻고, 결국 스스로 답을 찾아내게 만드는 것. 이것이 현장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실제로 작동하는 코칭 리더십의 진짜 모습입니다.
당신의 팀은 지금 어떤 ‘기준’을 믿고 있나요?
지금 바로 리더 스스로에게, 그리고 팀에게 던져볼 수 있는 질문들입니다.
우리 팀이 ‘당연하다’고 믿는 기준은 무엇인가요?
그 기준은 도대체 어디서 왔나요?
누가 정한 기준인가요? / 언제부터 그렇게 해왔나요? / 지금 우리 팀의 상황에도 정말 맞는 기준인가요?
본질로 돌아가면 무엇이 남나요?
이 일의 진짜 목적은 무엇이었죠? / 덜어내고 최소한으로 줄인다면 어떻게 될까요? / 목적 달성을 위해 '꼭' 필요한 건 무엇인가요?
당연했던 전제를 흔드는 이 질문 하나가 팀의 속도와 퍼포먼스를 완전히 바꿀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당신의 코칭 리더십이 깨어나는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